안희환사랑이야기

책이 좋아 책과 함께한 인생/ 안희환

안희환2 2010. 3. 19. 16:03

책이 좋아 책과 함께한 인생/ 안희환

 

 

어린 시절 책을 싫어한 것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책을 좋아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좋아하고 계속 읽게 된 것은 중1 때 만난 교통사고 때문이었습니다. 워낙 큰 사고였기에 오랫동안 병원 생활을 해야 했고 퇴원한 후에는 그 후유증으로 인해 제대로 활동할 수가 없었습니다. 몸이 너무나 아팠기 때문입니다.

 

저는 체육 시간이 되면 밖에 나가 다른 학생들과 함께 운동을 하지도 못한 채 교실을 지켜야 했습니다. 창밖으로 운동하는 반 학생들을 보는 것도 지루해진 저는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가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 주 두 주 지나가는 동안 저는 책속의 장면을 상상으로 떠올려가며 지루하지 않게 체육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책이라고 하는 게 정말 재미있는 것임을 알게 된 때가 바로 그때입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책을 가까이 하는 것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몸이 전보다 나아졌고 이젠 친구들과 함께 축구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한번 책에 재미를 붙인 저로서는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마침 학교 근처의 서점 아저씨와 친해졌는데 그 아저씨는 마음껏 책을 빌려다 볼 수 있게 해주었고 저는 신이 나서 책에 묻혀 살았습니다. “아저씨 고맙습니다. 책에 손때가 묻을까봐 신경쓰였을 텐데도 계속 책을 빌려주셔서.”

 

사실 제 고등학교 시절의 전반적인 성적은 그리 좋지가 않습니다. 입학할 때 꽤 좋은 성적으로 합격을 했고(학교를 선택해서 지원하고 시험을 보던 때임) 그 덕분에 장학생으로 추천을 받아 학비를 내지 않고 학교를 다녔지만 막상 다니는 중에는 성적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책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중간고사 기간에는 영웅문 18권을 다 읽느라 시험공부를 하지 않았으니 성적이 떨어질 수밖에요.

 

대학에 들어가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시험 기간에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도 동일했습니다. 제가 장길산 10권을 다 읽은 것도 시험 기간이었고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과 [실천이성비판], 아놀드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 헤겔의 [역사철학 강의],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소로의 [시민의 불복종] 등 닥치는 대로 책을 읽어나갔고 문학이나 각 나라의 역사서들도 계속 읽어나갔습니다.

 

방학은 저에게 행복한 시간이었는데 특별히 할 일이 있어서 밖으로 나갈 때를 빼고는 방 안에 틀어박혀 책만 읽었습니다. 3개월 가까이 되는 긴 방학 동안 책만 읽은 덕에 상당히 많은 책들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한때 헤르만 헷세에 빠졌었는데 [데미안], [유리알 유의], [황야의 이리], [고독한 영혼], [크놀프 삶으로부처의 세 이야기], [수레바퀴 밑에서] 등 번역된 작품들을 거의 다 읽었습니다.

 

저는 노는 것을 잘 못했습니다. 디스코 장이나 노래방 등과는 담을 쌓고 살았고 영화도 보지 않고 지냈습니다. 더구나 30살이 될 때까지 여자 친구를 사귄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연애를 하느라고 시간과 돈이 들어가지도 않았습니다. 제 돈은 책을 사는데 사용되었고 제 시간을 책을 읽는데 사용되었을 뿐입니다. 아마 남들이 나를 볼 때 참 재미없는 인생을 사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 것 같습니다.

 

그러던 저의 삶에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결혼을 하게 된 것입니다. 낭만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던 저였지만 다른 사람과 한 가정을 이루고 살기 위해서는 제가 원하는 것만 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아내는 저에게 “책과 결혼했어요?”라고 물었고 저는 이전만큼 손에 책을 잡고 있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혼 후 세월이 지났고 이제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아들들이 책을 읽게 하고 점검해주는 것은 제 몫입니다. 또 함께 앉아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자 애를 쓰고 있습니다.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 작은 아들 효원이가 읽은 책이 200권이 훨씬 넘습니다. 큰 아들 효빈이 역시 책을 잘 읽고 있고요.

 

총각일 때만큼은 책을 읽을 수 없지만 지금도 시간 나는 대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제가 경험하지 못한 것을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제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은 편협한 생각일 수밖에 없는데 다양한 생각들을 읽음으로써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어서 좋습니다. 잘 모르던 내용들을 접하면서 지식을 늘려갈 수 있어서 좋습니다.

 

시력을 다 잃거나 이 세상에서의 생명이 끝나기 전까지는 일생 동안 책을 가까이하며 살 생각입니다. 억지로 읽는 것도 아니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읽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좋아서 읽습니다. 재미있어서 읽습니다. 다 읽고 나면 가슴에 밀려드는 뿌듯함 때문에 읽습니다. 책이라고 하는 것이 세상에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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