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사랑이야기

그 아가씨 무섭더구먼 / 안희환

안희환2 2010. 2. 21. 08:39

그 아가씨 무섭더구먼 / 안희환

 

 

미국에서 오랜만에 찾아온 주석이형(이주석)과 함께 식사를 한 후 차를 마시기 위해 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이었습니다. 약국을 끼고 우회전을 하는데 갑자기 쿵 소리가 났습니다. 승용차 한 대가 제 차의 뒷부분을 들이받은 것입니다. 일단 차를 세운 후 차에서 내렸는데 상대방 차 운전자도 내렸습니다. 상대 운전자는 젊은 아가씨였습니다.

 

저는 아가씨에게 차가 서 있는 것을 보고 우회전을 했는데 그렇게 전진을 하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그 아가씨는 소리를 지르면서 따지고 들었습니다. 깜박이를 켰냐는 것입니다. 키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제 잘못이라고 했습니다. 어차피 보험사 직원이 오면 잘잘못을 가릴 텐데 그 아가씨는 멈추지 않고 얼굴을 들이밀면서 계속 소리 질렀습니다.

 

아내가 그렇게 소리 지르는 것을 듣다못해 차에서 내렸습니다. 그 아가씨를 향해 한 마디를 했습니다. “보험사 직원이 오면 판가름 날 텐데 왜 징징거려요?” 그때 저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였습니다. 제게 소리를 지르며 따져들던 아가씨가 갑자기 조용해진 것입니다. 그 무섭고 살벌한 아가씨를 단번에 진정시키는 아내의 위력에 감탄의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아내는 저에게 왜 아무 말도 안 하고 듣기만 하냐고 물었습니다.

 

사실 저야말로 그 아가씨에게 할 말이 많았습니다. 도로를 막고 서 있다가(서 있던 두 대의 차 중 앞에 있었음) 그 차를 피해 우회전하려는데 갑자기 차를 진행시켰으니 말입니다. 그렇지만 젊은 아가씨와 소리를 높이며 다투는 것도 창피한 일이기에 웃으면서 조용히 이야기를 했는데 그 아가씨가 계속 요란을 떠니 아내가 참다못해 나서게 된 것입니다.

 

잠시 후에 보험사 직원이 왔습니다. 사정 이야기를 들은 후 사진을 찍었습니다. 보험사 직원은 상대방의 차가 서 있다가 전진한 것이기에 가해자라고 하였습니다. 상대방 차의 보험사 직원 역시 같은 입장이었습니다. 조사가 끝난 후 저는 상대방 차로 갔습니다. 창문을 두드리니 아가씨가 경계를 하며 문을 내렸습니다. 저는 많이 놀랐을 텐데 조심해서 가라고 인사를 했습니다. 그제야 아가씨도 웃으며 인사를 했습니다.

 

다음 날 저는 보험사 직원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가해자인 상대방 아가씨가 말을 바꾼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차가 서 있지 않았고 15m 정도 이미 가고 있던 중이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보험사 직원에게 사진 찍은 것이 있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두 대가 서 있는 중에 앞에 있던 차가 움직인 것이기에 뒤 차가 서 있는 사진이 있으니 그 아가씨의 말이 거짓말임이 분명하니까요(뒤 차 조차도 10m 거리가 안 됨). 보험사 직원은 그렇다고 했습니다.

 

결국은 일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말을 바꾸던 아가씨가 보험사 직원으로부터 경찰에 알려 진위를 확인해야 한다고 하면서 수그러든 것입니다. 더 이상 고집을 부리거나 우기는 것이 유익하지 않다는 것을 느낀 모양입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젊은 아가씨들이 참 사납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고 나면 일단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유리하다는 이상한 논리가 통용되는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무리가 잘 되기는 했지만 씁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그 아가씨의 얼굴이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정말 무섭게 째려보며 소리치던 모습이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기껏 찾아가서 인사까지 나누고 헤어진 마당에 다시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자신에게 유리하게 조작하려는 그 젊은 아가씨의 모습이 요즘 아가씨들의 보편적인 모습은 아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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