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남긴 恨
장춘아지매의 탈북일기(5) - 리수희
그의 누이였던 문학선생과 밤새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교무주임의 성장과정을 듣게 되었습니다. 위로 누님만 셋이었던 그는 어릴 적에 일제의 징용에 끌려가 소식이 끊긴 아버지의 얼굴도 모른 채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랐습니다. 어머니와 누님들의 기대 속에 상업고등학교까지 마쳤고, 일제가 물러나자 후배들을 가르치겠다며 양강도 산간 마을의 학교에서 교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너무도 쑥맥이었던 그는 볼품없는 월남자의 딸에게 마음을 뺏겨, 피어보지 못한 청춘의 한을 품고 전선에서 죽어갔던 것 입니다.
6.25 전쟁은 수백만의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내 몰았습니다. 제 손으로 제 눈깔 찌른다는 말이 있듯이 김일성씨가 제 나라와 조선민족 앞에 빚어 놓은 비극이었습니다. 죽어 저 세상에 가면 김봉철 선생님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살아있는 한 그 전쟁의 상처는 아물지 못할 것 같습니다.
중국사람들도 김정일은 지겹답니다
"당 비서들, 인민들 고통 알아야"
내 한평생 살아온 북한 땅을 등지고 중국에 나와 살면서 중국사람들에게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했던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만나는 중국사람들마다 “어째서 너희 나라는 항상 굶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가?”라고 물어오면 대꾸도 하기도 싫었습니다.
“왜 너희 나라 공안(公安)들은 중국에 있는 북한 사람들을 강제로 잡아가는가? 그렇게 죄지은 사람들이 많은가?” 하고 물어오면 그 자리를 도망치고 싶습니다.
부끄러움 모르는 북한 권력자들
몇 년 전, 제가 장춘(長春)에 와서 이곳 교회의 도움으로 살 곳을 마련했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옆집에 글도 잘 읽고 말도 잘하고 똑똑한 중국 아저씨가 살았는데, 어느 날 제게 하는 말이 북한 대표단이 북경을 방문했다고 중국 신문에 나왔다는 것입니다.
북한대표단은 “우리는 사회주의 굳건히 세우고 위대한 장군님의 영도 아래 사회주의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답니다.
그러면서 중국대표들에게 “우리나라에 한번 방문해 주십시요”라고 요청했답니다. 그러니까 중국대표들은 그저 “감사합니다”라고 짧게 대답만 하고 더 이상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옆집의 중국 아저씨는 “북한에 가면 제일 볼 만한 것이 무엇인가?” 라며 물어왔습니다. 막상 대꾸를 하려고 하니 말문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과연 우리나라에 자랑할 만한 것이 무엇이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나한테 북한 이야기 하지 마쇼!”하고 돌아 앉아 버렸습니다.
외국 대표들에게 우리나라에 방문해달라니, 과연 보여줄 것이 무엇이 있다고 그런 말을 했을까? 황폐되고 망가진 공장과 농장마을, 뼈에 가죽만 씌운 참혹한 모습, 산과 들은 다 벌거숭이가 되고 압록강만 건너봐도 공동묘지 같은 북한에서 무엇을 보여주겠다고 외국대표를 초청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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