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것만 같아서 떠납니다/ 안희환
광명이는 탈북청년입니다. 한국에 들어온 지 꽤 되었고 이제 적응할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광명이가 느닷없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지친 표정이 얼굴에 역력했습니다.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는 절망감이 두 눈동자에 분명히 드러나 있었습니다. 광명이는 밑도 끝도 없이 말했습니다.
“어디서든 일주일만 지낼 수 있게 해주세요.”
놀란 저는 광명이에게 물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야?”
“저 중국으로 돌아가려고요.”
“광명아 어렵게 중국에서 한국까지 왔는데 왜 돌아가려고 그래?”
“한국에서 도저히 못 있겠어요. 너무 외롭고 힘들어요. 죽을 것만 같아요. 매일같이 꿈을 꾸는데 공안들에게 쫓겨 다니는 꿈을 꿔요. 숨이 턱턱 막혀요.”
광명이는 18살의 나이에 탈북을 했습니다. 오랫동안 중국에서 혼자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북한에 잡혀 들어가서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후에 기회를 봐서 어머니와 함께 탈출을 시도하였는데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국경경비대원들에게 걸린 것입니다. 다들 도망을 쳤고 광명이의 어머니도 도망을 갔는데 감옥생활을 했던 광명이는 다리가 약해진 덕에 제대로 도망하지 못하고 잡힌 것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광명이는 다시 탈출을 시도하였고 마침내 성공하였습니다. 문제는 광명이의 어머니가 아들이 잡힌 것 때문에 다시 북한으로 들어갔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 후로 광명이는 어머니를 만날 수 없었습니다. 소식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생존해 계시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는데 광명이는 그 어머니를 무척이나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를 말하면서 눈물을 글썽이는 광명이의 모습은 마음을 애잔하게 만듭니다.
자취생활을 하는 청년들이 광명이를 자신의 집에 머물게 했습니다. 저는 그 청년들 중 한 명에게 광명이를 잘 챙겨주라고 특별히 말해주었습니다. 일주일의 기간 동안 광명이의 사정과 처지를 잘 아는 청년들은 최선을 다해 광명이를 보살펴주었습니다(제가 말하지 않았어도 될뻔 했습니다). 광명이는 저에게 한국에서 처음으로 사랑받고 있음을 느꼈다고 하였습니다.
출국하는 날 광명이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저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여러모로 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중국 가서 연락드리겠습니다.”
“광명아 사랑한다. 힘내라.”
“사랑한다고 하시니 또 눈물이 나네요. 감사합니다.”
눈물이 난다고 하는 광명이의 문자에 저 역시 눈물이 났습니다.
며칠 후 광명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잘 도착하였다고 합니다. 이전 중국에 있을 때 알고 지내던 사람이 있을 곳을 마련해주었다고 하였습니다. 중국에 도착한 후 이틀간은 잠만 잤다고 합니다. 저는 광명이에게 말했습니다.
“광명아 지내다가 힘들면 다시 돌아 와.”
“이젠 한국에 가도 있을 곳이 없어요.”
“내가라도 마련해줄테니까 견디기 힘들면 연락하고 와. 알았지?”
“예.”
저는 광명이가 중국에 갔기 때문에 마음에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처음 광명이를 만난 것은 중국에서인데 그때도 광명이는 많이 힘들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족 중 한 명이라도 함께 있다면 훨씬 나을 텐데 동생조차도 잃어버리고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어서 죄책감을 느끼는 광명이로서는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광명이가 언제 한국에 돌아올지 모릅니다. 아니 돌아올지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어느 곳에 있던지 마음에 안정을 찾고 삶의 용기를 얻고 새로운 꿈을 꾸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통신기술이 발전한 시대이기 때문에 광명이와 쉽게 통화를 할 수 있지만 제가 광명이를 든든하게 세워줄 역량은 없습니다. 다만 관심을 가져줄 뿐이지요.
저는 광명이에게 자신의 아픔과 문제에만 매달리지 말고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삶을 살아보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자신의 고통은 되새길수록 크게 느껴지는 법이고 자신의 문제에 함몰되어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마저 고갈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광명이는 그렇게 해보겠다고 하였습니다.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잘 극복하여 많은 사람들을 돕는 광명이로 우뚝 설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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