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목회단상

말씀에 물 타지 말게 하옵소서./ 안희환

안희환2 2008. 4. 9. 18:55

말씀에 물 타지 말게 하옵소서./ 안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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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식기도를 잘 하는 분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습니다. 저 역시 금식하면서 마음껏 하나님께 기도하고 싶은데 제겐 금식이 너무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 끼를 굶으면 지구가 자전한다는 것을 느낍니다. 사방이 팽팽 도는 것입니다. 두 끼를 굶으면 땅바닥이 친구하자고 자꾸 올라옵니다. 위로 솟구쳐 오르는 땅바닥을 말리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세 끼를 굶으면 사람들이 분신술을 쓰기 시작합니다. 한 사람이 둘, 셋으로 늘어나 보이는 것입니다.

 

이런 저의 연약함이기에 부끄럽게도 하루 이상을 금식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목회하는데 문제를 드러내는데 성도들에게 금식을 제대로 강조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정말 강하고 능력 있는 기도가 금식기도인데 금식기도를 강력하게 가르치지 못하는 것입니다. 저도 잘 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 않습니까?

 

고민을 하던 저는 금식이 필요한 상황을 만났는데 온 종일 금식을 할 자신은 없고 해서 꾀를 냈습니다. 하루에 한 끼를 먹고 두 끼를 금식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래서 점심 한 끼를 먹고 아침과 저녁엔 금식하기 시작하였는데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곧 알게 되었습니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게 기운이 하나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머리가 몽롱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온천하기도원의 부원장이신 안광표목사님께서 제가 애처로워 보였는지 영양가 있는 것을 먹어야할 것 같다며 점심이 조금 지난 후 수육과 약밥을 가져다 주셨습니다. 약밥은 손에 대지 않았고 수육은 일부러 다 먹었는데 신기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몽롱한 것이 사라지고 다리에 기운이 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안목사님께 그대로 이야기를 드리며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면 기운이 없는 것처럼 영적으로도 양식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면 기운을 내지 못합니다. 영적 무기력증에 빠지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말씀을 먹이지 않고 다른 잡동사니를 먹이는 목회자는 직무유기의 죄에 빠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양식을 먹이되 영양가 있는 영의 양식을 먹이는 것, 그것이 목회자의 중요한 사명인 것입니다.

 

사실 재료는 늘 넉넉합니다. 영원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이 마르지 않은 샘이 되어 생수를 솟구치게 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목회자가 말씀을 전한다고 하면서 정작 그 자신의 말씀 앞에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며, 그 말씀을 깊이 연구하지 않는 것이며, 그 말씀을 나누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양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 성도들은 영양실조에 걸려 흐느적거리고 있는 것입니다.

 

안광표목사님이 수육 한 조각에 물만 한 대접 채워서 끓인 것을 제게 주었다면 제가 금방 기운을 차리지 못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영양가 있는 하나님의 말씀은 쥐꼬리만큼 조금인 반면 목회자가 자기 생각, 자기 경험, 자기 자랑, 자기주장을 가득 담아 성도들을 먹인다면 성도들은 영적으로 기운을 낼 수가 없을 것입니다. 옥한흠 목사님의 외침이 생각납니다. “말씀에 물 타지 말라.”

 

사실 제 자신이 성도들에게 영양가 있는 말씀을 잘 요리해 먹이고 있다고는 말 못합니다. 늘 게으르고 핑계만 대는 제 모습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엔 아내의 질책을 듣기도 했습니다. 설교의 수준이 낮으니 높이라나요. 화도 나고 자존심도 상했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제가 정신을 차려야할 문제인 듯해서 반성을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내를 통하여 저를 깨우치고 계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 말씀에 물 타지 않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