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목회단상

제비뽑기는 타락의 증거이다/ 안희환

안희환2 2007. 11. 17. 14:31
 

제비뽑기는 타락의 증거이다/ 안희환


총회장(부총회장)를 뽑는데 제비뽑기라는 방식을 채택하는 교단들이 생기면서 깨끗한 선거를 위한 대안으로 제비뽑기가 인기를 얻어가고 있습니다. 바른 선거, 돈 안 드는 선거, 과열되지 않은 선거를 위해 제비뽑기 선거는 그 어떤 방안보다 효과적이라는 생각들을 하는 사람이 늘어가는 것을 보면서 다양한 상념들이 머릿속에서 일어납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각 교단의 선거가 엄청나게 타락했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교단장을 뽑는 선거가 공명하게, 정직하게, 하나님 앞에서 깨끗하게 진행되었다면 제비뽑기라는 이상한 선거 방식이 인기를 얻을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거 때마다 나타나는 부패상아 넘 심각하고 그것을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제비뽑기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그 출발부터 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교단의 총회장 선거 모습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로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총회장이 되고 싶어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정말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일까? 교단을 사랑하기 때문에 교단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순수한 열망 때문일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중심엔 누가 뭐래도 명예심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교회도 성장했고, 나이도 들었으며, 교단적으로 영향력도 생긴 상황에서 교단장을 한번 해본 다음 은퇴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그 때문에 총회장에 출마한 것이라고 한다면 기분 나빠할 분들이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자신있게 말할 분들이 몇이나 될까요? 총회장을 지낸 후 은퇴한 목사님과 그냥 은퇴한 목사님과는 나중에 격이 다르고 대우가 다르다는 말도 들리는데 참으로 갑갑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둘째로 제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왜 총회장에 출마하면서 그토록 많은 돈을 쓰느냐 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교단 선거에 드는 돈이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선거비용이 비해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하기도 하는데 미안하지만 그것은 어리석은 발언입니다. 어떻게 교회와 세상 정치를 나란히 놓고 비교할 수 있습니까? 세속적인 것을 초월해야할 종교지도자가 세속적인 정치가와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이미 틀린 모습입니다.


저는 총회장에 되려는 목사님들이 당선을 위해 교회 돈을 사용하는 것이 죄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성도들이 힘들게 번 돈으로 하나님께 헌금한 것인데 그것으로 선교, 구제를 위해 사용해도 모자란 판에 목사 한 사람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사용된다는 것이 죄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입니까? 정 출마하고 싶다면 개인 돈으로 해야 할 것입니다.


셋째로 제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왜 후보들 간에 서로 비방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느냐는 것입니다. 그냥 자신들의 정견을 발표하고 지지를 호소하면 될 것을 왜 상대방의 약점을 찾아내려 하고, 그것을 폭로하려 하느냐는 것입니다. 예전에 저에게 유인물이 날아온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특정인에 대한 좋지 못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그것을 알자마자 더 읽지 않고 쓰레기통에 던져버렸습니다.


일반 정치인들이 서로 비방하는 것도 보기 싫은 판국에 교회까지 와서 교회 지도자들끼리 물고 뜯는 것을 보게 된다면 그것은 비극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친구요, 동역자요, 선후배요, 같은 길을 걷는 순례자였는데 대장이 되려는 욕망이 그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만 셈이니 한탄이 저절로 나옵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뒤에서 상대를 헐뜯는 사람은 자신이 치사하고 비열한 사람임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네 번째 이유는 총회장 선거가 끝난 후에도 감정싸움을 그치지 않는 점입니다. 각 후보들마다 후보의 당선을 돕는 선거 참모들이 있고 지지자들이 있는데 서로 간에 감정적인 충돌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솔직히 목회자들도 사람이기 때문이 마음이 상하고 화가 나며 기분이 불쾌해질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묻어두는 것은 교회의 지도자로서 뿐 아니라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서도 합당치 못한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라는 요상한 과정을 통과한 이후 서로간의 감정의 골이 깊어 피차 건너지 못하는 바다를 그 가운데 두고 피차 가까이할 수 없는 당신이 되어버리기도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더구나 선거가 다 끝난 직후에 패배를 인정하지 못한 채 지속적으로 당선된 이를 물어뜯는 추태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서로 사랑하며 마음을 모아 함께 일해야 할 동역자가 적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니 교단장 선거로 인한 부작용이 크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나온 것이 제비뽑기입니다. 따라서 제비뽑기는 교단장을 뽑을 때 과열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대안일 수는 있지만 그만큼 교단의 선거문화가 타락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전에 썼던 글 중 [총회장 한 것들은 다 지옥 가]라는 다소 과격한 제목의 글이 있는데 진정으로 자신의 명예와 영광을 위해 하나님의 영광을 추락시키는 인물들의 경우 그들이 진정 구원받은 하나님의 백성일까 하는 의문이 강하게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