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성장학은 인본주의인가?/ 안희환

오래 전 신학대학생일 때 교회성장학이라는 수업을 들으면서 불편한 마음을 가지곤 했었습니다. 교회가 성장하기 위한 조건들을 말하는데 제게는 그 상당 부분이 인본주의적인 것으로 들렸던 것입니다. 위치나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든지, 주차장의 필요성을 말한다든지 하는 것들이 상당히 거슬렸습니다. 교회 성장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역사인데 왜 인간적인 것들이 강조되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입니다.
세월이 많이 지났고 저는 종종 이전에 수업을 듣고 책을 읽으면서 접했던 교회성장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곤 합니다. 성장 위주로만 교회가 흘러가선 안 되겠지만 교회성장의 중요성 자체를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언제까지 미자립 상태로 머물러 있거나 새로운 회중이 들어오지 않은 채 같은 사람으로만 평생을 간다고 하는 것은 목회자와 성도 모두에게 큰 짐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묘한 사실은 제가 그 동안 인본주의라고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던 교회성장학의 어떤 부분들이 실상은 필요한 부분이라고 여길 만큼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는 것입니다. 교회 성장이 하나님의 역사요 은혜라는 것은 바뀔 수 없는 본질적인 부분이지만 사람이 지혜를 동원하여 전략을 세우고 효과적으로 그 전략을 수행하는 것 역시 필요한 것이며 하나님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들을 활용하길 기뻐하신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어쩌면 현실이란 것에 이상이 타협한 결과일 뿐이라고 지적할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도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아이디어를 내고, 계획을 수립하며, 주변 환경과 사람을 연구하고, 그 요구에 대한 대책을 세운다고 하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고 싶습니다. 본질이야 바꿀 수 없지만 부차적인 것들은 시대의 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는 것이니까요.
어떤 이들은 초대교회는 건물을 가지지 않았는데 오늘날 교회들은 왜 이렇게 건물에 집착하느냐고 말합니다. 사실 건물은 교회의 본질이 아닙니다. 교회의 본질은 예수 그리스도와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영접하여 구원받은 하나님의 백성들의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건물을 마련하는 것이 그 본질을 훼손하는 것 또한 아닙니다. 과도한 건축은 문제가 되겠지만 필요에 의한 건축은 정죄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제가 개척교회에서 사역할 때 예배당은 깊은 지하인데다가 좁고 지저분했습니다. 10명이 조금 넘는 적은 수의 교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예배를 드리곤 했는데 우리 교인들조차 예배당 안으로 들어오고 싶지 않다는 말을 했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지하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나고 어수선한 예배당의 모습인지라 들어올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우리를 곤란하게 했던 것 중 하나는 쥐였는데 어디서 들어왔는지 예배당 안에 들어와서 새끼까지 낳았습니다. 총 17마리를 잡아냈는데 그때 교인들은 쥐가 발을 물까봐 의자 위에 다리를 올려놓고 예배를 드렸을 정도입니다. 그런 상황이니 아이들을 가진 젊은 여성들은 그런 교회에 올 생각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병균이 있을지도 모르는 곳에 아이들을 데리고 싶어 하지 않는 그들을 누가 나무랄 수 있겠습니까?
저는 교회(예배당)를 지상으로 이전하기 위해 교인들과 함께 기도하기 시작하였고 하나님은 그 기도에 응답하셔서 160평가량의 지상건물에 예배 처소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제가 섬기는 교회는 자체 건물을 가질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얻은 유익은 상당합니다. 임대료가 나가지 않고, 건물주에 의해 이러저런 말을 듣지 않아도 되며, 성도들이 안정감을 찾고, 새신자들도 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또 다시 공간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은 각종 소그룹 모임을 가질 수 있는 장소가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1층과 2층을 사용하고 여러 개의 방이 있지만 주일에 한꺼번에 모이는 각 부서들이나 여러 개의 양육팀들이 사용할 공간과 오전예배와 오후 예배 사이에 집으로 가지 않는 성도들의 쉴 공간이나 교제 나눌 공간이 모자란 것입니다.
이럴 때 참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공간 확보가 안 되기에 불편한 부분이 많고 새로운 성도들이 교회에 오는 데도 걸림돌이 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신학대학 시절 제가 우습게 여기며 인본주의적인 요소라고 비판했던 내용들 중 교회 건물(혹은 공간)이란 측면이 해결해야할 시급한 문제로 떠오른 것입니다.
위의 이야기는 단적인 예이고 이런 식으로 적용해서 말할 수 있는 많은 부분들이 있습니다. 간단히 결론을 내려 보면 이제 학창시절 때처럼 쉽게 단정 지어서 교회성장학의 내용들을 인본주의니 어쩌니 하며 비판하지 않습니다. 성경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다른 교회들이 진행하는 일들에 대해 단순하게 왈가왈부하지 않습니다. 각 교회가 처한 현실과 상황을 잘 알 수 없기 때문이며 본질에서 빗나가지 않은 것이라면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혹시 교회성장이라는 말 자체에 반감을 느끼시는 이가 있을 수 있고 그런 이들이라면 위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누가 뭐라 하든지 교회 성장은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사람들이 오지 않는 것은 구원의 역사도 없다는 것이며 천하보다 귀한 한 생명을 건져야 하는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 역시 수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 본질적인 일을 위해 부가적으로 공간을 마련하고 넓히는 과정이라면 그것은 권장하여할 일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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