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잃은 민영이의 슬픔/안희환
(가운데 두 손 든 아이가 민영이)
민영이는 아버지를 간병하기 위해 대전으로 내려갔습니다. 충남대학교 병원에서는 이미 손을 쓰기가 어렵다는 진단을 내렸고 퇴원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돌봐드릴 사람이 필요한 상황이라 내려간 것입니다. 아버지 이야기를 할 때마다 눈물을 글썽이던 민영이의 목소리가 밝았기에 전화 통화를 하던 저 역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입니다(6월 29일). 민영이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목소리가 차분했기에 별 생각없이 전화를 받았는데 수화기를 통해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저는 잠시 동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가 한 마디를 했습니다. “어떻게 하냐?” 괜찮다고 말하는 민영이의 목소리가 떨리듯이 들려왔습니다.
장례식 장소가 물었더니 옥천으로 잡았다고 했습니다. 충남대학교 병원에서 아래로 더 내려가야 한다고 합니다. 저녁에 들리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얼른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 소식을 알려주었는데 아내도 충격을 받은 모양입니다. 아내와 통화를 마친 후 몇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민영이 부친에 대한 소식을 전해준 뒤 저녁 8시경에 옥천으로 출발하겠다고 했습니다.
같이 내려가겠다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어른들은 배제하고 청년들 중심으로 같이 출발했습니다. 민영이가 청년이기 때문에 청년들이 가서 위로해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11명이 함께 출발하였는데 그들을 보면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일 출근해야 할 사람들이 이렇게 저녁 늦게 옥천으로 향하면 잠을 잘 시간이 거의 없고 몸도 피곤할 것인데 그걸 모두 감수하는 모습 때문입니다.
11시가 조금 지나 옥천 장례식장에 도착하였습니다. 빈소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아직 오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민영이는 차분한 상태로 우리 일행을 맞으러 나왔는데 오히려 그 모습이 더 안쓰러웠습니다. 지금은 장례식 절차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오히려 마음이 괜찮을 수 있지만 모든 순서가 끝나고 시간 여유가 생기면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이 밀려들텐데 그 점이 걱정됩니다.
장례식은 대전에 있는 교회의 목사님께서 집례 해 주시기로 했다고 합니다. 우리 일행이 오면 만나고 가려고 기다리시다가 너무 늦어져서 가셨다고 합니다. 임종하시기 전에도 그 목사님께서 방문하셔서 기도해주셨다고 하는데 제가 다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찾아와 주는 사람만큼 귀한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더구나 민영이 아버지가 그 교회 교인이었던 것도 아니니 말입니다.
감사한 일 또 한 가지는 민영이의 친구들입니다. 아직 가족이나 친지들이 제대로 모이지 못한 상황에서 민영이의 친구들이 구석구석에서 손님 맞는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아직 나이들도 어린 아가씨들이 친구를 위해 애쓰는 모습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성격이 좋고 심성이 착한 민영이기에 좋은 친구들이 함께 하는 모양입니다. 저는 처음에 비슷한 나이 또래의 사촌들이 많은가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3개를 연결한 상 주위에 둘러앉은 우리들은 민명이를 가운데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편지지에 민영이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내용의 글을 한 사람씩 돌아가서 쓴 다음 민영이에게 주었습니다. 민영이의 언니와 형부, 동생에게도 위로의 말을 해주었습니다. 이럴 때 참 무력함을 느낍니다. 말로 하는 위로 말고 실제적으로 도울 수 없는 자신의 한계에 가슴 한 구석이 답답해집니다.
민영이와 그 가족들에게 인사를 한 후 다시 서울로 출발하였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길이 막히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2시가 조금 못 되어 서울에 도착하였는데 생각보다 빨리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일 출근할 청년들이 조금이라도 더 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사람이 생겼을 때 계산하지 않고 기꺼이 움직여주는 청년들을 보며 흐뭇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집에 까지 갈 시간적 심적 여유가 없던 저는 그냥 교회에서 잠을 잤습니다. 4시 30분이면 일어나야 하는데 피곤했던지 일어나지를 못했습니다. 5시가 다 되어 겨우 일어났고 예배당에 가서 기도를 했는데 민영이와 그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였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회사로 출근한 청년들이 졸고 있지는 않나 신경이 쓰이기도 합니다. 조만간 서울로 다시 올라올 민영이가 씩씩한 모습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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