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사랑이야기

노조위원장 그러면 안됩니다/안희환

안희환2 2007. 6. 28. 15:15

노조위원장 그러면 안됩니다/안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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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이 참 많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다는 말이 문학적인 표현이 아니라 현실인 사람들, 그렇기에 하루하루가 살아남기 위한 전쟁인 사람들이 많은 것입니다. 그런 이들을 보면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나 스스로도 가난한 세월을 오랫동안 겪었고 힘겹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많이 경험하였기 때문입니다.


6월 27일에 방희천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사고가 났는데 와 달라는 것입니다. 오전에는 시간을 낼 수 없기에 오후에 가겠다고 했더니 그러면 다음 날 와 달라고 해서 6월 28일 방희천님 집으로 갔습니다. 척 보아도 몸이 좋지 않은 상태였는데 목소리도 축 쳐진 것이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였습니다.


방희천님은 몇 해 전 뇌졸증으로 쓰러졌었습니다. 그때 저는 여러 차례 병원에 들렀었고 또 여러 사람들이 방희천님을 위해 기도도 하도, 필요한 것을 채워주기도 했었는데 감사하게도 방희천님은 일어날 수가 있었습니다. 마비가 되었던 팔과 다리도 힘을 내게 되었고 어눌했던 입도 풀려서 말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회복되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릅니다.


몸이 많이 회복된 방희천님은 먹고 살기 위해 일자리를 찾았고 이전에 하던 택시 기사일이 익숙해서인지 다시 택시 기사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뇌졸중으로 쓰러지기 전에도 심하게 다쳤던 다리 때문에 힘들어 했는데 뇌졸중까지 겪은 후이라 운전하는 것이 염려되기도 했지만 하지 말라고 할 수 없었던 것은 방희천님의 처지가 스스로 벌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방희천님은 택시를 운전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중이었는데 이번에 사고가 난 것입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방희천님의 과실은 하나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서 있던 차량 세대를 젊은 운전자가 자기 차로 받아버렸는데 그 세대 중 한 대가 방희천님의 택시였기 때문입니다. 방희천님은 그때 많이 놀란데다가 원래 좋지 않은 몸에 타격이 왔고 지금 아파서 어쩌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택시 회사측의 반응인데 월말이고 하니 병원에 입원하지 말고 그냥 참으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방희천님의 몸 상태를 알고 있는 저로서는 회사의 그런 말에 화가 났습니다. 그런데 제 화를 더 돋운 것은 그 회사의 노조위원장의 태도 때문이었습니다. 도움을 얻기 위해 노조위원장에게 전화를 한 방희천님에게 노조워원장은 회사의 방침에 따르라고 했을 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저는 방희천님에게 노조위원장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고 즉시 택시회사의 노조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방희천님 이야기를 꺼냈더니 대뜸 절 보고 누구냐고 묻습니다. 조은뉴스 논설위원이라고 대답을 했습니다(씨앤비뉴스의 객원칼럼니스트로, 인천뉴스에는 고정란을 가지고 칼럼을 연재하는 중인데 조은뉴스 하나만 언급). 그랬더니 말투가 달라졌습니다. 방희천님 보고 회사 방침에 따르라는 식으로 말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전화를 급히 끊어야 했기 때문에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고 다시 전화한다고 했었다고 변명을 했습니다.


방희천님이나 노조위원장이나 둘 중 하나는 제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었습니다. 저는 방희천님의 이야기에 더 신뢰를 보낼 수밖에 없었는데 노조의원장이 도움을 주었더라면 아픈 몸을 가지고 저렇게 끙끙거리면서도 입원하지 못하는 지금 상황은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제가 방문한 날도 일하러 가지 못한 채 누워 있다가 저를 맞았는데 저렇게 방치해도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어려운 사람 편에 서서 힘이 되어달라고 노조위원장에게 부탁을 드렸고 그분은 그렇게 하시겠다고 대답을 한 후 전화를 끊었습니다.


방희천님의 집을 나오기 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지 제게 연락을 달라고 했습니다. 한번 지켜볼 생각입니다. 회사가 어떤 태도로 나오는지 말입니다. 특별히 노동자 편에 서 있어야할 노조위원장이 어려움에 처한 노동자를 위해 얼마나 헌신하고 노력하는지 확인해볼 생각입니다. 가뜩이나 노조의 간부들에 대한 비리 소식을 많이 접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 상황인데 바로 곁에서 고통당하는 노동자를 무심하게 방치하는 노조위원장이라면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할 것입니다.


방희천님이 일하는 택시 회사의 이름을 일단은 밝히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고로 다친 사람을 입원하지도 못하게 하는 비인간적인 처우가 계속 이어진다면 회사를 공개할 생각이고 여러 방법을 동원하여 문제제기를 할 생각입니다. 노조위원장이 제게 했던 말이 당장의 곤혹스러움을 피하기 위한 말장난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노조위원장님 진정 어려운 사람의 힘이 되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