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비님과 보그님 파이팅/안희환
브로비님은 40대 중반의 남자분입니다. 몽골 사람인데 그 아내인 보그님과 함께 한국에 들어와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입니다. 브로비님은 한국에 들어온 지 오래 되지 않았는데도 한국말을 참 잘합니다. 일상적인 대화는 거의 무리가 없을 만큼 할 수 있는데 언어적인 감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말하기와 달리 쓰는 것은 어렵다고 하는데 지금도 매일 한글을 배우러 다닐 만큼 글쓰기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브로비님의 아내인 보그님의 경우 한국어를 거의 못하는 것 같습니다. 웃으며 악수를 나누기는 하지만 아직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어본 적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몽골 언어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하는 수없이 브로비님을 통해 간단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게 다입니다.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한국 생활이 많이 힘들고 외롭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 브로비님에게는 직장을 구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생각보다 직장을 얻는 것이 쉽지 않은지라 제게도 직장을 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었습니다. 그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브로비님이 일할 수 있을만한 직장을 소개해달라고 했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직장이 잘 연결되어서 취직을 했다는 점인데 금천구 독산동에 있는 우시장(소, 돼지 고기 도매상가가 모여 있는 곳)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길을 걷고 있는데 저쪽에 브로비님이 가는 게 보였습니다. 척 보아도 걷는 것이 불편해 보였습니다. 다가가서 인사를 했는데 브로비님이 반가워합니다. 브로비님의 손에는 붙이는 파스가 들려있었는데 웬 파스냐고 했더니 허리가 아파서 붙이기 위해 샀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무거운 물건을 드는 게 일인지라 날마다 허리를 사용해야 하는데 그만 삐끗해서 허리를 다쳤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아팠습니다. 지금 허리가 아프다고 해서 직장을 그만 둘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그렇다고 허리가 건강한 상태도 아닌지라 무거운 물건들을 잘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일부터 다시 무거운 물건을 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보험이 되지 않기에 치료를 받으려 해도 많은 비용이 들 것이고, 설혹 보험이 된다 해도 어렵게 얻은 직장을 그만 두고 입원해 있을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브로비님에게 잠시 저쪽으로 가자고 한 후 뚜레쥬르 빵집으로 갔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형편이 저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아무래도 넉넉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기에 맛있는 빵이라도 사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빵집에 가서 먹고 싶은 빵을 고르라고 했더니 700원 짜리 작은 빵 하나를 고르기에 그것 말고 여럿이서 먹을 수 있는 큰 빵을 사서 함께 담아 주었습니다.
저는 다시 볼 일을 보러 가고 브로비님은 횡단보도를 건너 집을 향해 가는데 약간 절룩거리는 뒷모습이 서글퍼보였습니다. 저렇게 타국에 와서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외국인 노동자들 때문에 한국인들의 일자리가 점점 줄어든다면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적대적인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하는데 아무리 봐도 그 모습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는 분야는 상당 부분 한국 사람들이 일하기 싫어하는 궂은일들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고 생긴 모양이 다른 사람들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그들이나 우리나 모두가 존귀한 사람들이고, 더구나 대한민국이라는 땅 위에서 함께 살아가게 된 이들인데 외국인 노동자들을 향해 따듯한 한국인의 이미지를 심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말이 통하지 않고 하소연할 수단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을 악용하여 외국인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괴롭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한국의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매국노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끔은 브로비님의 집을 방문해볼 생각입니다. 지금 힘들게 다니고 있는 직장보다 허리를 덜 쓸 수 있는 직장이 있다면 소개를 해 줄 생각이고요. 쓸쓸하고 힘겨운 타향살이 속에서 지치고 시달린 몸과 마음일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그냥 고향에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 한국에 있는 동안 잘 적응하고 성공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몽골 부부 브로비님과 보그님. 힘을 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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