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이해할 수 없는 존재/ 안희환
아내는 종종 저를 향해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사고방식이 독특하다는 것입니다. 처음 그런 말을 들을 때는 마음이 언짢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의도를 가지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일까 골똘히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좋은 의미, 칭찬하는 의미는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고 그 확신이 마음을 더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내가 저를 향해 그런 말을 하듯이 저 역시 아내를 향하여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저는 그것을 말로 표현하지 않았다는 것뿐입니다. 아내와 함께 살면서 분명히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고 제게 그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 여자가 정말 제가 알고 있는 그 여자인지 헷갈릴 때가 많은 것입니다.
아내를 처음 안 것은 초등학생 때입니다. 통통하고 활달한 소녀였던 아내는 남자 아이들을 끌고 다닐 만큼 리더십이 있는 아이였습니다. 그런 모습은 중학교 시절이나 고등학교 시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교회 활동을 할 때도 남자 아이들을 다 제치고 학생회 회장이 될 정도로 리더십이 강했습니다. 물론 남자 아이들이 말을 잘 들었고요(말을 안 들으면 큰일 났음).
아내가 고등학교 2학년일 무렵 저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했고 아내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은 아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였습니다. 저는 성격이 조금 우울한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밝은 여성을 좋아했는데 마냥 아이 같았던 아내가 제법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통통하던 몸매도 날씬하게 바뀌어있었습니다(아~ 여자의 변신이란). 저는 그런 아내에게 마음이 끌렸고 아내는 저를 놓칠 경우 아깝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았다고 하는데 이런 이유로 서로가 자연스럽게 가까워졌습니다.
그 후로는 매일 도서관에 함께 다니면서 붙어있었는데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는 시간 외에는 함께 손을 잡고 산책을 하곤 했습니다. 그때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제 서로에 대해선 모르는 것이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9살가량의 나이 차이가 있음에도 세대 차이가 느껴지지도 않았습니다. 당연히 정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의 모습에서 이상한 낌새를 보신 장모님께서 아내를 추궁하였고 둘이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아내는 그 후로 며칠간 집안에 갇혀 있어야 했습니다. 장모님은 저를 만나자고 하셨고 만나서 차를 마시다 말고 헤어지라는 요구를 하셨습니다. 저는 “그럴 수 없는데요”라고 분명한 대답을 한 후 헤어졌는데 아내의 외출 금지령은 곧 풀리고 말았습니다.^0^
마침내 성민교회라는 곳에서 6월에 약혼식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해 10월 24일에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가 되었습니다. 결혼 후 1년간은 일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붙어살았습니다. 단 한 시간도 떨어져 있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 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마음 한 구석이 훈훈해집니다.
그런데 함께 살아가면서 점점 느끼게 되는 것은 지금 살고 있는 이 여자가 제가 원래 알고 있던 그 여자와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냈으니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였는데 갈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함께 살기 시작한지 9년이 지난 지금도 저는 아내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확신이 없습니다. 아니 갈수록 여자라는 존재에 대해 참 알기 어렵다는 생각이 굳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같은 책이 나오나 봅니다. 서로 다른 행성에서 살다가 만난 것처럼 남자와 여자는 사고하는 세계와 행동하는 세계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실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남자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는데 여자는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동물이라는 데에 한 표를 던지고 싶습니다.
여자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명사들의 정의를 읽어보았는데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어떤 것들에는 여자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들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여자란 돈을 버는 일은 남자의 일, 쓰는 일은 여자의 일이라 생각한다”(쇼팬하우어). “남자의 눈물은 상대방을 괴롭혔다는데서 나오는 후회의 눈물이지만 여자의 눈물은 충분히 괴롭히지 못했다는 후회의 눈물이다”(니체). “아내와 자식을 가진 남자는 자신의 운명을 저당잡힌 것이다”(베이컨). “여자란 아름다운 옷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짓도 해낸다”(레르몬토프). 여자들 입장에서는 불쾌한 내용일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것들에는 여자의 양면성에 대한 언급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못된 여자 이상으로 못된 존재는 없다. 그러나 착한 여자 이상으로 착한 존재도 없다”(에우리 피데스). “이 세상에서 못된 여자 이상으로 나쁜 것은 없다. 그리고 착한여자에 의해 이루어 진 것 만큼 훌륭한 것도 없다”(에우리피데스). “이 세상에서 가장 빛나면서도 망가지기 쉬운 것의 하나는 여인의 얼굴이며 하나는 도자기이다”(스위프트)
그러고 보면 여자에 대해 극찬하는 내용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마 남자들 입장에서 한 말들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여자들보고 남자들에 대해 말하라면 역시 극찬하는 내용보다는 비판적인 내용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도 가능할 것이고요. 아무튼 위에서 언급된 대단한 사람들도 여자에 대해 한 마디씩 하는 것을 보면 여자란 존재가 남자들에게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며 감당하기 쉬운 존재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이제 2개월 후면 결혼기념일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 동안 아내에 대해서 더 많은 연구(?)를 해봐야겠습니다 ^0^. 이해가 되는 부분은 되는 대로 살고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그냥 그대로 인정하며 사는 것이 만수무강이 지장이 없는 삶이 될 것 같습니다. 시집 온 후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 저를 놀라게 한 아내, 그 동안 고생을 많이 했는데 그걸 생각해서라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감싸 안아야 할 것 같습니다.
참고로 이 글은 아내에게 따로 보여주지 않을 생각입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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