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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 딸을 위협하는 아버지(보미 이야기)/ 안희환

안희환2 2006. 5. 1. 13:24

칼로 딸을 위협하는 아버지(보미 이야기)/ 안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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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미(가명)라는 아이가 있습니다. 최근에 알게 된 아이인데 현재 중학교 2학년의 여자아이입니다. 원래 알고 있던 유미(가명)라는 아이의 친구인데 유미가 계속 교회에 데리고 나오는 바람에 알게 되었습니다. 키는 조금 커 보이고(유미가 작은 건가) 성격은 명랑했으며 날씬하게 생긴데다가 붙임성이 있는 아이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보미에 대해 놀랄만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보미의 아버지가 보미에게 폭력을 행사한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때리는 것은 다반사이고 심지어는 칼을 가지고 위협하기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악해도 그렇지 아버지가 어린 딸을 칼로 위협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러던 중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보미의 아버지가 친아버지가 아닌 새아버지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도 사실이고 칼로 위협하는 것도 사실이며 보미의 어머니는 잠시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중이라는 것입니다. 나는 그제야 보미가 왜 집에 들어가지 않으려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명지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한 분이 좋은 방안을 찾아주었습니다. 청소년 쉼터를 알아주고 직접 연락을 해서 담당자와 통화를 한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날 보미를 데리고 가서 청소년 쉼터에 머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준 것입니다. 보미는 그곳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학교를 간 후 수업 후에 교회로 오곤 합니다.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얼굴이 밝아진 보미를 보니 기쁨이 생깁니다.


이 일이 있은 후 일주일 쯤 지나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찾아왔습니다. 소개를 듣고 보니 보미의 어머니였습니다. 보미와 유미도 함께 왔습니다. 차마 정신병원에서 나올 수 있게 된 것이냐고 물을 수 없어서 병원에서 나온 모양이구나 추측만 할 뿐인데 보미 어머니는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그 눈에서 눈물이 글썽이는데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가끔 보러 와도 되느냐고 묻기에 얼마든지 오시라고 했습니다.


이야기를 잠시 나눈 후 돌아가시는 보미 어머니를 배웅하고 사무실에 앉아있는데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합니다.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이 많을까 하는 생각이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사랑하는 부모형제와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특권(?)을 누리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더구나 아직 어린 아이가 그토록 큰 고통을 겪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보미를 일주일에 서너 번씩은 봅니다. 가끔 먹을 것도 사주고 이야기도 들어주고 격려도 해주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점점 저렇게 힘든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을 많이 만나게 될 터인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일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반 여건도 갖추어 나가야겠는데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떠오르지를 않습니다.


유미와 웃고 떠드는 보미를 보면서 저 웃음을 지켜 주리란 결심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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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뉴스 칼럼 http://www.e-goodnews.co.kr/sub_read.html?uid=49027&section=sectio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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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하트님의 블러그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