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사랑이야기

사람의 눈은 관심만큼만 보는데 / 안희환

안희환2 2006. 4. 25. 22:40

사람의 눈은 관심만큼만 보는데 / 안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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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눈이라고 하는 것은 참 희한합니다. 눈 앞에 있는 것을 다 보는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잘 봅니다. 그리고 자신의 관심분야일 때 잘 보는 반면 관심이 없는 분야일 경우 보아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면에서 생각하면 아무 생각없이 그냥 지나치기에 기억 속에 남겨지지 않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에 읽었던 한 글도 그런 현상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도에 가서 선교하던 영국인 선교사님 한 분이 영국으로 귀국하여 만찬 석상에서 선교보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선교사님은 사례를 하나하나 들어가면서 하나님께서 어떻게 역사하셨고, 은혜를 베푸시는지를 감동스럽게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리고 선교사 생활 20년 동안 얼마나 많은 인도인들이 새로워지고 새힘을 얻었는지를 보고하였고 그와 같은 일을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 보고하였습니다.


이 때 만찬회에 참석했던 부자 상인 한 사람이 일어서더니 거만하게 인도 선교사님에게 질문했습니다. "선교사님, 거참 이상합니다. 나는 인도에서 3년 동안 살았는데 예수 믿는 인도인들을 한 사람도 못 만났습니다. 선교사님의 말씀대로라면 인도에 예수님을 믿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인도인들이 상당히 많아야 할텐데 말입니다."


이 때 선교사님은 조용히 일어나 그 부자 상인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인도에서 호랑이를 본 적이 있습니까?" 상인은 자랑스런 표정으로 대답했습니다. "호랑이요? 말도 마십시오. 나는 호랑이들을 보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나는 호랑이 사냥을 자주 다녔는데, 수많은 호랑이를 잡았고 그 가죽도 나의 집에 많이 있습니다." 상인의 말이 끝나자 선교사는 대답했습니다. "거참 이상하군요. 저는 선교사 생활 20년 동안 한 마리의 호랑이도 보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선교사님은 호랑이가 아닌 인도 사람들의 영혼에 관심이 있었고 그들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에 호랑이를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반면에 관심이 있었던 인도 사람들의 변화된 삶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부자 상인의 경우 남는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로 인해 호랑이 사냥에 관심이 있었고 호랑이를 잡으려 다녔기 때문에 수많은 호랑이만을 본 것입니다.


길을 지나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전에는 그냥 사람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지나쳤었는데 어느 날인가부터 그 가운데 힘들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한 사람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런 분들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조금이라도 돕기 원하는 마음이 솟기 시작한 이후로 나타난 현상입니다.


이전에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세상엔 참 불쌍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드는 생각이 나는 이런 세상의 한 복판을 살아가면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무슨 도움을 주고 살아가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나 자신의 모습이 분명해지면서 수치심과 더불어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좋은 일이 생겼습니다. 영등포에 있는 노숙인 쉼터인 옹달샘에 방문을 하기로 한 것입니다. 적어도 한 달에 한번 옹달샘에 방문하여 그곳에 머물고 있는 분들을 만나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고 할 수 있는 대로 도울 수 있는 것을 찾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부담스런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기대감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미 몇몇 분들을 만나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분들 중 상당수는 말도 잘하고 지식도 있으며 의지와 결단력도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제가 바닥으로 추락하면서 하고 있던 일이 어렵게 되든지 부도를 맞든지 각기 다른 사연으로 인해 집에 머물 수 없게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내가 그분들에게서 들은 모든 이야기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진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중엔 거짓도 있을 수 있고 어느 정도 과장된 이야기도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또한 반대로 생각해볼 때 그분들의 이야기가 분명히 어느 정도의 진실을 담고 있고 사실에 기초를 둔 것이라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나는 일단 좋은 방향으로 생각할 것이고 긍정적으로 그분들을 바라볼 것입니다.


이제 정기적으로 만나는 과정을 통해 그분들 중 일부라도 용기를 얻을 수 있고 새롭게 어떤 일을 시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있는 일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힘들게 살아가는 분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진 나 자신의 모습이기를 원합니다. 관심만큼 보이는 폭이 달라질 것이니 말 한 마디와 행동 하나, 심지어는 작은 표정 하나에도 담고 있는 속이야기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