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의 칼럼

무서운 세계의 10대들 / 안희환

안희환2 2005. 11. 14. 08:39

무서운 세계의 10대들 / 안희환 

(나라의 미래인 10대를 염려하며)

                

요즘 10대들의 모습을 보면 확실히 내가 자랄 때의 10대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흡연률이 높지도 않았지만 설혹 담배를 피우다가고 어른들을 보면 담배를 끄거나 숨겼었는데 지금 10대들을 버젓이 담배를 물고 있습니다. 주위에 사람이 있든지 없든지 소리를 지르고 싸움을 벌이는 10대들의 모습도 종종 보게 됩니다.


더 나아가서 요즘 10대의 커다란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성범죄입니다. 지난 9월 달 30살의 여자 회사원이 인적이 없는 육교 위에서 주먹세례를 받은 후 성폭행을 당했는데 그 범인은 10대였습니다. 매를 맞은 채 저항하지도 못하는 여성을 성폭행한 그 10대는 지갑의 돈을 가지고 사라졌습니다.


다행인 것은 그 10대가 같은 장소에서 20대 여성을 또 다시 성폭행하려다가 잠복해있던 형사들에게 붙잡혔다는 것입니다. 경찰에서 재빠르게 대응하지 않았더라면 또 다른 피해자가 나왔을 것이고 씻기지 않는 상처를 주게 되었을 것입니다. 아무튼 이런 소식은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곤 합니다. 무서운 10대란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10대의 문제는 한국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며칠전(2005.11.11) 영국에서는 10대 여학생 3명이 학교 식당에서 다른 여학생에게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히는 일이 있었습니다. 런던 남서부서리주 캠벌리의 공립 중고등학교인 콜링우드 칼리지라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충격적인 일은 눈, 머리, 등, 배 등 다섯 번이나 찔렀다는 것이며 더구나 선생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건방지다는 이유로 그런 잔인한 행동을 했다고 하니 입이 다물어지지를 않습니다. 선생님을 전혀 어려워하지 않는 여학생들의 모습은 한국 학생들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보다 더 끔찍한 일 하나가 일본에서 일어났는데 한 고교생이 동급생을 살해한 사건입니다. 도쿄 마치다시의 후루야마 유아(15)라는 여학생이 16살의 남학생에 의해 죽임을 당한 일인데 이 두 학생의 사이는 서로 으르렁 거리는 사이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같이 다닌 절친한 친구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들어가더니 자신을 차갑게 대한다는 이유로 살해하였다고 하니 살해 동가가 너무나도 섬뜩합니다. 더구나 후루야마양의 집에까지 들어가서 부엌의 칼로 목, 얼굴, 손 등 50여 군데를 찔렀다고 하니 그 잔인함에 소름이 돋을 정도입니다. 교복에 묻은 피를 보고 묻는 부모에게는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졌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어디 이런 일들이 영국이나 일본에서만 일어나는 일이겠습니까? 미국의 10대 총기 사건은 이제 진부한 이야기라고 할 만큼 여러 차례 일어났습니다. 또 얼마 전 카트리나로 인해 대재앙을 겪은 뉴올리언즈가 혼돈 속에 빠져들었을 때 일부 10대들이 폭력과 성폭행을 자행했다는 기사도 보았습니다. 고통으로 울부짖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가중시키는 잔인함에 놀라게 되는 것입니다.


나는 이런 현상들을 보면서 문명의 발전이 도덕성의 발전과는 무관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경제적인 여유가 인간성의 여유를 보장해주지는 않는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요. 세상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퇴보하는 것 같은 인간의 문제를 보면서 역시 사람에게 있어 내면의 세계가 바로 되지 않으면 외형의 성장도 별 볼일 없구나 하고 확신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경제의 회복이나 성장에 공을 들이는 이상으로 우리의 10대들에게 마음을 기울여야 하는 시대를 만났다고 생각합니다. 너 늦기 전에, 더 악화되기 전에, 더 이상 손 쓸 여지가 없는 상황으로 들어가기 전에 지금 우리의 10대들에게 올바른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심어주며 그들이 젊음을 건전하게 발산할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난폭하고 잔인하며, 안하무인의 태도를 지닌 10대들이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면 그들의 생각이나 태도 역시 자연스럽게 어른스러워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한때의 문제라고 쉽게 넘어간다는 그것은 치명적인 실수가 되고 말 것입니다. 그들은 우리의 미래이며 이 나라의 장래입니다. 정치, 사회, 교육, 종교의 지도자들은, 그리고 모든 어른들은 오늘날 10대들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