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여행의추억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은 다르다 / 안희환

안희환2 2005. 11. 4. 10:57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은 다르다 / 안희환
말레이시아 기행(3)
 
 

▲뚜둥(차도르)을 걸친 말레이 여성들     © 안희환


말레이시아는 우리나라와 같은 단일민족국가가 아니다. 여러 민족이 모여 한 나라를 구성하고 있는 다민족 국가이다.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은 말레이계 말레이시아인들이다. 그 다음은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이다. 인도계도 꽤 있는데 그들은 1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고 하는 것을 들었다. 그리고 여러 소수 민족들이 퍼져 살고 있는 나라가 말레이시아이다. 

일단 내 눈에 말레이계 말레이시아인들과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이 가장 많이 눈에 보였는데 이 둘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점이 보였다. 그것은 길거리에서나 상점에서 명확하게 구별이 되고는 하였는데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이 말레이계 말레이시아인들에 비해 훨씬 개방적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국가라고 알고 있었는데 불구하고 중국계는 뚜둥(차도르)을 걸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푹 파인 옷을 입은 여성들이 있어서 놀랐었다.

처음엔 중국계인지 말레이계인지 몰랐었는데 친구에게 물은 결과 그들이 중국계 말레이시인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의 대다수는 말레이시아의 국교인 이슬람교에 매여 있지 않기에 뚜둥(차도르)를 걸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이슬람교인들이 손도 대지 않는 돼지고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다. 사고방식 자체가 개방적이며 자유로운 옷차림을 하고 다닐 뿐만 아니라 삶 자체도 말레이계에 비해 상당히 자유롭다고 한다. 
 
▲자유롭게 옷을 입은 여성들은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이다     © 안희환
             
나는 그런 모습을 보고 내가 생각한 이슬람국가의 이미지와 달라서 신기하게 여기면서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로 작정하였다. 그런데 상점에서 파격적으로(이슬람국가에서) 옷을 입은 여성을 보면 근처까지 가기는 했는데 정작 정면에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고심을 하던 나는 조심스럽게 그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것도 아들이 함께 있었기에 아들보고 근처에 가서 서라고 하고는 아들을 뺀 여성들의 사진을 찍은 것이다.

한번은 중국계말레이시아인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나는 중국어를 할 수 없고, 그는 한국어를 할 수 없기에 영화로 대화를 나누었는데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에 대해 많은 것을 묻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일단 중국계 말레이시안은 보통 언어에 있어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대다수가 말레이어, 중국어, 영어를 다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부러워라.~~ 그리고 말레이계 사람들보다 성격이 급하다.

 
▲꾸안탄에서 가장 큰 상점. 중국계가 가장 많이 모이는 곳. 두 번째 큰 곳은 말레이계가 주로 모이는데 중국계는 잘 가지 않는다고 한다     ©안희환

 
그들의 큰 장점중 하나는 경제력인데 말레이시아의 상위 부자들은 대다수가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라고 한다. 그것은 유독은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은 아니었다. 말레이계에 비해 근면하고 적극적이며 돈을 버는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내가 머물던 꾸안탄의 집 근처에 사는 한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은 두 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었는데 하나는 운전하는 것이고 하나는 잡동사니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다. 이미 부자라는데 말이다. 
 
세계 어느 곳을 가도 중국계가 상권을 쥐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말이 맞다고 인정을 하게 되는 경험이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에서 중국계에 속하는 사람들은 우월한 경제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 정치나 관료 쪽에서 특히 그러하다. 질긴 생명력을 가진 중국계말레이시아인들이 그런 한계와 장벽을 그냥 두고 보기만 할 것 같지는 않은데 앞으로 어떤 변수가 생길지 궁금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