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의 칼럼

내 개인 정보가 유출되고 있다 / 안희환

안희환2 2005. 9. 25. 21:41

내 개인 정보가 유출되고 있다 / 안희환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관심이 더 없이 높아지고 있는 시대에 그와 반대로 개인의 정보가 쉽게 유출되고 있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간혹 가다 보면 자신의 전화번호와 이름이 유출되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될 때가 있다. 나 역시도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내게 전화를 거는데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것에 대해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것은 정보유출로 인한 부작용이다.


물론 법적인 면에서는 개인의 정보 유출이 금지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적인 면에서는 계속적으로 유출되고 있으며 정부는 그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내 경우 실질적인 피해를 입지는 않고 불쾌한 기분이 된 것으로 끝이 났지만 실질적인 피해자가 계속 생긴다면 많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이 정보 유출이다. 아니 실질적인 피해가 아니더라도 문제가 되는 것이 정보유출이다.


1.

유선전화 가입자 2300만명의 명단과 주소 전화번호가 유출되었다. 판촉용 스팸전화가 월 평균 300-400만 통 가량이나 된다고 하는데 다 이런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름이나 주소까지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주식회사 한국전화번호부는 내부에서 정보유출을 했을 것으로 보고 조사하는 중이며 고소 등의 법적 대응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는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이다. 이미 다 유출된 상황에서의 단속이 무슨 소용인가?


2. 

인터넷의 바이러스 등을 통한 정보 유출이 심각하다. 이메일을 사용하는 사람은 이미 경험하고 있겠지만 상당수가 스팸메일이다. 나는 몇 차례의 경험을 통해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메일은 절대로 열어보지 않는다. 바이러스에 걸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바이러스는 시스템을 둔하게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만 어떤 것은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를 유출하는 기능을 한다. 그 과정에서 개인의 정보도 유출되고 있다.


3.

도청을 통한 정보 유출에 대해서는 얼마 전 국가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다. 1998년 김형오 의원이 휴대전화 도청 의혹을 제기했을 때 정통부와 통신계는 그 가능성을 확실하게 부인했었다. 그로부터 10년이 가기 전에 실질적인 도청이 이루어졌음이 드러났고 어느 누구도 최근에서야 도청이 된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 상황이다. 내가 비밀리에 누군가와 통화를 한다고 하는 개념이 무너져버린 것이다.


4.

싸이월드 등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한 정보유출의 문제이다. 싸이월드의 경우 자사에 가입하는 네티즌들에게 미니 홈피를 갖게 하는데, 미니 홈피를 통한 교제가 사용자들 간의 정서적 유대감을 갖게 함으로써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실명제로 운영되고 있는데다가 내가 연결된 누군가를 방문함으로써 그를 통해 또 다른 사람의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자료들 가운데는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를 포함하기도 한다.


5.

P2P로 인한 정보 유출도 상당히 위험한 상태에 있다. P2P란 인터넷을 통해 각자의 컴퓨터에 있는 자료를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데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는 모든 사람의 컴퓨터에 저장된 모든 자료에 접근할 수 있다. 정통부에서는 P2P를 통한 정보유출을 우려해 개인정보수칙을 발표하였지만 그런 발표만 가지고 정보유출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P2P 서비스 이용자가 준수하지 않으면 그 수칙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6.

커뮤니티 회사의 비양심적인 처사로 인한 정보유출도 있다. 대다수의 인터넷 사업자들은 회원가입시 주민등록번호 기록을 요구한다. 물론 단서를 달기도 한다. 주민등록번호가 암호화되기 때문에 사업자도 알 수가 없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정보를 돈 받고 팔아넘기는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내 경우에도 여러 개의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해놓고 있는 상태인데 그다지 안심이 되지 않는다.



어느 날 나는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였다. 내 실명과 주민등록번호가 나란히 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내 자신의 실수를 발견하기도 하였지만 그것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놀라기도 하였다.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그 정보를 사용했었다면 하는 생각에 신경이 곤두섰던 기억이 있다.


그러면서 요즘 우려하고 있는 것은 인공위성을 통한 개인의 사생활 노출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조지 오웰의 1984년은 한참 지났지만 2000년대의 정보산업의 발전으로 미루어 볼 때 인공위성을 통한 개인 통제와 사생활침해는 충분히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특별히 권력이 눈이 먼 미치광이가 정권이라도 잡게 된다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개인의 사생활 따위는 쉽게 짓밟을 수도 있지 않은가?


무슨 황당한 발상이냐고 나무랄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부터 국민이 가진 자유와 권리를 지켜나가지 못한다면 후일에 그 모든 것을 빼앗겨도 할 말이 없게 되는 것이다. 가만히 보면 개인의 정보유출에 대해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 답답하기가 그지없다. 도청건만 해도 그렇다. 도청 사건이 드러났을 때 온 나라가 난리 날듯하더니 지금은 쏙 들어가고 국민들이 별 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현실이지 않은가?


우리가 소홀히 여기는 우리의 권리를 정치인들이 알아서 챙겨 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정말 바보 같은 짓이다. 보다 적극적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켜나가야 할 것이며 부당한 경험을 했을 경우에는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이고 조치를 해서 불법적인 사생활 침해가 뿌리내리지 못하게 해야 할 것이다.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진정한 자유를 지속적으로 누리고 싶다면 그에 대한 책임감도 필요한 것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