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의 칼럼

꿈꾸고 꿈꾸게 하는 사람 / 안희환

안희환2 2005. 9. 16. 10:10

꿈꾸고 꿈꾸게 하는 사람 / 안희환


            

                                    (피카소 작/ 꿈)


꿈이라고 하는 것은 삶의 활력소를 주는 것이기에 인생을 보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사람은 수치상으로 필요한 것을 채웠다고 행복할 수 있는 존재도 아니며 객관적인 근거에 의해서 자신의 삶을 영위해 나갈 만큼 삭막한 존재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꿈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복된 일이다. 허무하거나 공허하지 않은 삶을 살게 해주는 능력이 꿈 속에 있기 때문이다.


윌버포스라고 하는 사람에게는 위대한 꿈이 있었다. 그것은 영국 사회에 만연한 노예제도를 폐지하는 것이었다. 그는 노예제 폐지를 위해 자시의 일생을 걸었고 끊임없이 그 목표를 위해 달음질하였다. 그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심지어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했다. 척척 따라와주지 않는 사람들 속에서 고독감을 느껴야했고 좌절감에 몸부림치기도 하였다. 그러나 결국 그의 꿈은 이루어지고 말았다.


나는 마틴 루터킹의 전기를 몇 차례 읽으면서 깊은 감동을 느꼈다. 흑인이라는 굴레에 굴복하지 않고 끝없이 전진해나갔던 불굴의 정신을 가진 사람이 마틴 루터 킹이다. 그에게 있는 꿈은 그의 연설 속에서 잘 드러난다. 자신에게는 꿈이 있다고. 피부의 색이 아닌 인격에 의해 평가되는 사회, 흑인과 백인이 함께 손을 잡고 공존하는 사회를 보게 되는 것이 꿈이라고 외쳤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 꿈을 공유할 수 있었다.


존경스럽기 그지 없는 백범 김구 선생에게도 꿈이 있었다. 김구 선생은 일찍이 이렇게 말했다. "네 소원이 무엇이냐 하고 하나님이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 내 소원은 대한독립이요 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 다음 소원은 무엇이냐 하면 나는 또 우리나라의 독립이요 답할 것이요 또 그 다음 소원이 무엇이냐 하는 세 번째 물음에도 나는 더욱 소리 높여서 나의 소원은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독립이요 하고 대답할 것이다."


나는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면서 먹구름이 꽉 찬 듯한 느낌을 받곤한다. 사람들의 표정과 말과 행동 속에서 왠지 모르게 움쯔려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 자신과 가정과 사회와 국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들이 많이 차 있음을 보곤한다. 어느 누구도 전폭적으로 믿을 수 없는 의혹과 불확실성의 시대를 돌다리 두드리듯 조심스럽게 몸 사리며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피차 눈치를 보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경제적 번영인 것 같이 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그 이상의 것이라 생각한다. 바로 함께 꿀 수 있는 미래를 향한 꿈 말이다. 어둠을 가로 지른 한 줄기 빛이 흑암의 땅 한 복판에 쏟아지듯이 불안의 의혹의 먹구름을 뚫고 내려와 그것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소망을 줄 수 있는 꿈의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 이 땅에서 어느 정치가의 말을 들으며 그 꿈을 얻고 있는가? 어느 경제인의 말을 들으며 꿈을 꾸고 있는가? 어느 교수의 말에 젊은이들의 피가 들끓고 있는가? 어느 사상가의 말에 지성인들의 가슴이 뜨거워지고 있는가? 어느 헌신된 지도자에 의해 민초들의 마음이 부풀어오르고 있는가? 여기를 보아도 저기를 보아도 비를 맞지 못해 축 늘어진 식물들처럼 하늘을 바라보지 못하고 땅만 바라보는 사람들만 가득하지 않은가?


이 나라와 민족을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사랑하기에 기꺼이 자신을 불살라 한줌의 거름으로 공헌하고자 하는 한 사람이 아쉽다(나를 포함하여). 상당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든, 평범한 사람이든, 그런 사람들이 많이 일어날 때 이 나라는 밝은 빛을 열방 가운데 비추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손해 보고, 오해를 사고, 비방을 당하고, 옥에 갇히고, 매를 맞고, 왕따를 당해도 역사에 의해 기꺼운 존경을 받아낼 사람이 되자.


나부터, 내가 서 있는 곳에서, 내가 접하는 사람들 속에서. 우리 각자가 말이다. 사족을 달자면 내가 말하는 것은 꿈만 꾸는 망상가가 아닌 꿈을 위해 대가를 지불하는 비젼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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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마틴 루터 킹의 연설


"오늘도 내일도 어려움은 첩첩이 쌓여 있다. 그러나 나는 꿈이 있다. 언젠가는 미시시피 주가지도 자유와 정의와 오아시스로 변하리라고. 나는 꿈이 있다. 나의 4남매가 피부의 색깔로서 아니라 인격의 내용으로 판단되는 나라에 살게 될 것이라고.

나는 꿈이 있다. 남쪽 앨라바마 주에서도 검고 흰 아이들의 손이 정답게 뭉쳐지리라고. 이 꿈만 버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절망의 동산에서 희망의 반석을 캐낼 수 있을 것이다.

이 꿈만 놓치지 않는다면 미국 내에 꽉 차 있는 불협화음을 형제애의 아름다운 심포니로 변화시킬 수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