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의 칼럼

카트리나와 나비

안희환2 2005. 9. 5. 16:57

카트리나와 나비 / 안희환 

 

              

                           카트리나로 인한 피해자들의 피난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강력한 태풍으로 인해 뉴올리언즈라는 도시는 80% 이상이 물에 잠겼으며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구조되지 못한 채 구조대를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죽은 사람들도 불쌍하지만 아직 굳조되지 못한 사람들 역시 그에 못지 않게 불쌍한 상황이다. 약탈과 강간과 폭력에 노출된 채 불안한 나날을 보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번의 태풍 재앙은 누가 뭐래도 천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위대한 자연 앞에 과학을 발전시킨 인간이 생각보다 강하지 못함을 여실히 증명이라도 한 듯하기 때문이다. 기고만장한 인간의 교만을 깨뜨린 엄청난 사건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과연은 모든 것을 천재라고만 단정지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인재의 측면은 없는가 하는 것이다.


사실은 인재의 측면도 강하게 있다는 것이 대답이다. 폰차트레인 호수와 미시시피강 사이에 있는 뉴올리언즈는 해수면보다도 낮은 도시이다. 지반도 매우 약해서 조금씩 가라앉고 있는 진흙 땅이다. 거기에 더해 폭풍이 상당히 자주 일어나는 지역이니 악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도시가 뉴올리언즈인 셈이다.


따라서 뉴올리언즈는 제방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제방은 호수와 미시시피강물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홍수를 방지해주는 역할을 했다. 제방의 능력은 5등급으로 분류되는 허리케인 중 3등급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는데 그것만 해도 상당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번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제방의 역할 한계를 벗어나는 4등급이라는 점이다.


일기예보는 이미 4등급 이상의 강력한 허리케인을 예고했었다. 이에 대비해서 제방을 더욱 튼튼하게 보수했더라면 제방은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고 도시 대부분이 잠기는 이런 참사까지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강력한 허리케인의 예보 이후에 오히려 제방 관련 예산이 7100만 달러가 깎였다고 하니 기가 막힐 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 남의 걱정하느라 넋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태풍 나비가 몰려고고 있기 때문이다. 면적은 카트리나의 3배에 해당하며 위력은 거의 맞먹는 수준이라고 하니 걱정이 된다. 순간 최대 풍속에 43m라고 하니 말이다. 그런데 중앙 정부는 연정이니 통치권 이양이니 하는 것에 정신이 팔려 나비 잡는 것은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만약 미리 방비함으로 막을 수 있었던 재앙, 혹은 상당히 축소시킬 수 있었던 재앙이었는데 정부의 무관심으로 사태가 악화된다면 현 노무현정부는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의 위기를 만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카트리나로 인해 사망한 사람이 수천명이며 그 피해액이 100조가 넘는 천문학적 액수라는 것을 뻔히 보았는데도 뒷짐을 지고 있다면 말이다.


지금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쟁을 일삼을 때가 아니다. 이제 아주 가까이 다가온 나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상의도 하고 실천도 해야할 상황인 것이다. 머리터지는 싸움은 나비를 다시 날려보낸 후 해도 늦지 않다. 하루 이틀 싸운 것도 아니고 그 싸움이 하루 이틀에 끝날 것도 아니고 말이다.


분명히 천재는 천재이되 천재로 그치면 최소화할 수 있는 태풍에 인재를 곱하기 해서 상황을 최악으로 발전시키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