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의 칼럼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성범죄/ 안희환

안희환2 2005. 9. 8. 09:33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성범죄/ 안희환

 


                        


 

얼마 전에 성폭행범에 대해 전자 팔찌를 하느니 마느니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때 나는 찬성하는 식의 글을 올린 적이 있다. 그 덕분에 상당한 논쟁에 일어났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인권을 짓밟는 행위라는 비판도 받았다. 그때 나는 이의를 제기했었다. 그러면 성폭행을 당함으로서 인권을 짓밟히는 사람의 고통은 누가 책임지겠느냐고...


물론 나는 모든 성폭행범에게 전자 팔찌를 채우자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었다. 상습범이거나 죄질이 흉악한 사람에 한해서 팔찌를 채우자는 것이었다. 그들의 경우 재발 가능성이 높은데다 그들로 인해 평생을 고통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통을 당하는 사람의 주변 사람들 역시 피해자가 될 것이고.


이제는 많이 알려진 이야기지만 성폭행을 당한 사람은 그 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정서적인 면에서 큰 상처를 입는다. 남자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자신의 배우자와 원만한 부부생활을 하는데 커다란 장애를 갖게 되기도 한다. 끝끝내 그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채 우울하게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 일들도 많다.


한 여성의 경우 익명으로 성폭행으로 인한 자신의 상처와 그 결과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그러다 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그는 나의 칼 같은 매정함과 잔인함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기다려 주고 따뜻하게 대해주었다.  나의 일방적인 매몰참과 그의 일방적인 사랑은 오랜 대치 선을 긋다가, 그의 따스한 몸짓과 언어가 서서히 나의 맘을 회복시켜주었고 세상에는 또 다른 종류의 남자들도 있다는 것을 깨우쳐 주었다. 


하지만 그런 남편의 그 사랑도 내 마음 속 깊은 얼룩을 하얗게 지울 순 없었다.  신혼 때  위기가 왔다.  나는 남편에게 잠자리를 허락 할 수 없었다.  나를 통해 성적 욕망을 채운다는 피해의식이 떠올라 성관계를 가질 수 없었고, 남편이 접근해 올 때마다 난 소리를 지르곤 했다. 


난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했다. 두란노 상담 공부를 하시던 분과 나는 많은 이야기를 했다. 더 이상 눈물이 나올 것 같지 않을 정도로 울면서 나의 마음을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열며 아버지가 주지 못했던 평안과 남성이 뺏어간 나의 영혼을 다시 회복할 수 있었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많은 혜택을 누리고는 있지만 그와 반대로 안 좋은 영향력도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것은 포르노의 범람이다. 여기에 편승해서 영화나 책, 텔레비전마져도 선정정적인 것들로 가득 차 있고 가수의 노랫말에서조차 음란한 내용들이 들어있다. 이런 문화에서 자란 사람들의 성범죄가 늘어가는 것은 하등의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런 사회환경 속에서 딸 가진 부모들의 탄식 소리를 자주 듣는다. 밖에 나갔다 늦게 들어올 때면 걱정이 된다는 것이다. 또 아직 어린 딸을 키우는 부모들조차 어떻게 딸을 잘 키울 지 모르겠다고 염려하는 소리를 듣곤 한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을 들을 때마다 공감하곤 한다.


사실 얼마 전에 나는 내 딸이 아닌(딸이 없고 아들들만 있어서) 아내로 인해 마음 고생을 한적이 있다. 뒤늦게 대학을 다니고 있는 아내가 늦게까지 안 오는데 휴대폰으로 연락을 해도 연결이 되지 않는 것이다. 수없이 전화를 해도 소용 없기에 하는 수 없이 경찰에 연락을 했다.


골목을 돌아 경찰이 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경찰에게 자초지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골목을 돌아오는 아내의 모습이 보였다. 순간 머쓱해진 나는 경찰에게 사과를 하고 아내를 다그쳤다. 평소보다 1시간 가량 늦어진 것이고 휴대폰은 밧테리가 떨어졌다는 것을 알고는 감사와 동시에 허탈감을 느꼈던 경험이 있다.


온갖 성폭력과 그로 인한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로 하여금 더욱 조바심을 갖게 했던 것이 사실이다. 행복하게 살아도 아쉬운 인생살이인데 극악무도한 한 사람으로 인해 한 여자의 인생의 망가진다고 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그런 아픔을 안고 있는 사람이 많으며 그들에 대한 효과적인 치유프로그램도 절실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필요한 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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