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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흥의 우물, 윤인구'를 발견하다

안희환2 2018. 6. 13. 07:43

부흥의 우물, 윤인구'를 발견하다


 

한 세대가 넘도록 가려져 있었던 인물이 드러나고 있다. 부산대 설립자이자 초대총장을 지낸 윤인구 총장의 이야기를 다룬 부흥의 우물’(아르카 )이 출간됐다. 윤인구 총장(1903~1986)은 부산대 초대총장을 지낸 후 연세대 3대 총장을 지냈다. 그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해방, 한국전쟁, 4·19혁명, 유신정권 그리고 군부독재까지 전 생애를 거쳐 굴곡의 근현대사를 살아왔다.

 

작은 예수로 살았던 사람, 윤인구 총장

 

28세의 윤인구 총장. 사진제공 아르카

 

윤 총장은 일제강점기에 독립군에 자금을 지원한 금융인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다.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은 그 시대에 그는 1920년 일본 메이지학원 중학부에 입학한 이후, 메이지대학 (신학학사), 미국(프린스턴대학교 신학 석사 졸)과 영국(에딘버러대학원에서 박사과정 중퇴)을 거치며 유학을 하고 국내로 돌아왔다. 1931년 그는 진주 옥봉교회에서 전도사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그는 교육이야말로 교회가 감당해야 할 사명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본격적으로 교육에 투신하기 시작했다. 1935년 마산 복음농업실업전수학교에 교장(32)으로 부임해 농촌 인재 육성을 시작했고, 1945년 해방 후에는 경남도 학무과장을 맡아 패망 후 갑자기 떠난 일본인 교사들을 대신 할 교사 양성에 온 힘을 쏟았다. 이 당시 5년 간 그가 길러낸 교사는 무려 15천 명에 달한다.

 

십여 년 이상 교육계에 몸담았던 그의 교육철학이 본격적으로 집대성 된 것은 부산대학교 설립이다. 그는 1946년 부산대학교 설립 인가를 받고 1953년 지금의 부산대학교 장전캠퍼스를 세우기까지 부지선정부터 캠퍼스 배치도 등 모든 수고를 하면서도 사립대학교로 사유화하지 않고 국립대학으로 남겼다. 그래서 국립대학교 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기독교 정신이 살아 있는 건축물들이 남아있다.

 

전자공학과 교수는 왜 문화콘텐츠 원장이 됐을까?

 

이렇듯 감춰져 있던 윤인구 총장의 이야기는 10년 전 부산대학교 전자공학과 김재호 교수의 기도수고로 서서히 알려졌다. 그리고 최근 부흥의 우물이 출간되면서 본격적으로 윤인구 총장의 열정적이면서도 맑은 삶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재호 교수는 그 자신이 부산대에 몸 담고 있으면서도 잘 모르던 인물 초대총장을 발견해 나갈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부흥의 우물에서 밝혀내려 간다. 부산대 문화콘텐츠 원장이라는 감투를 맡은 뒤, 이미 잊혀진 과거의 인물을 찾아내야 하는 이유와 작은 단서들을 잡고 흔적을 찾아내는 과정이 소설처럼 전개된다.

 

김재호 교수는 윤인구 총장이 발견되면 될수록 자신이 교육자로서 변하고, ‘부흥하는 경험을 했다. 윤인구 총장의 이야기가 과거 위인의 발굴에 그치지 않고, 독자들에게 뜨거운 감동으로 전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재호 교수는 윤인구 총장이 살아낸 작은 예수의 삶을 통해 변화된 증인이기 때문이다.

김재호 교수는 지금 윤인구 총장의 이야기가 울림을 주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윤인구는 세상에서 잊혀진 존재였어요. 그런데 주께서 홀로 그를 드러내시기로 작정하시고, 이 일을 시작하신 거지요. 기도도 잘못하는 교회의 집사가 아닌 잡사 수준의 신앙을 가진 저에게 이 일을 시키셨어요. 이 책은 윤인구 총장을 높이고 알리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처음엔 저도 그런 줄 알았어요. 윤 총장님 스스로가 책을 내서 뭐해라며 안하셨기 때문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분이니까요. 그런데 하나님이 그렇게 사라진 인물을 오늘날 드러내시길 원하는 목적은 옛적에 진리의 샘을 허락하셨고, 그 샘을 맛 본 사람들로 인해 어둠의 세상에 광명한 하나님 나라가 임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부흥의 우물에서 흐르는 맑은 샘

 

윤인구 총장과 김재호 교수의 삶이 담겨 있는 이 책의 제목은 부흥의 우물이다. ‘부흥은 김재호 교수가 윤인구 총장을 조사하게 된 하나의 단서였다. 김 교수는 윤인구 총장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기 전 마틴 로이드존스의 부흥을 선물로 받게 됐다. 책에는 이삭이 블레셋 사람들이 메운 아버지 아브라함의 우물을 다시 파는 이야기가 나온다. 마틴 로이드존스는 기독교의 본질적인 진리가 다시 발견되지 않고 부흥이 일어난 예는 없다고 해석했다.

그 때 김재호 교수는 “‘하나님 윤인구가 부흥입니까’, ‘이걸 파면 진리의 샘이 있습니까’”라고 질문했다. 그의 질문은 답이 됐다. 김재호 교수는 부흥을 경험했다. 냉철하고 철두철미했던 가가멜 교수’(김재호 교수의 별명)는 윤인구 총장을 알게 되면서, 학생들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그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세상 따뜻한 교육자가 됐다. 그 스스로 부흥을 경험했다고 간증하는 이유다. 그래서 부흥의 우물이다.

 

부흥의 우물은 새로 판 우물이 아니다. 원래 있었다. 시간이 흘러 막힌 것 같아도, 여전히 맑은 샘이 흐르고 있다. 진리도 그렇다. 세상이 다 변한 것 같고, 절대적인 진리는 사라진 것 같아도 오물로 덮인 것일 뿐 본질적 가치는 사라지지 않았다. ‘부흥의 우물에서 흐르는 맑은 샘, ‘예수를 만날 수 있다.

 

이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