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들에게 빌린 '68억', 신약 개발 회사에 투자해 날린 교회
춘천 평화감리교회, 부채 압박에 예배당 팔고 와해…교인들, 빚더미에 '허우적'
이용필 기자
▲ 춘천 평화감리교회(현 평화동산교회)는 지난 2009년 새 예배당을 지었다. 70억 원의 부채가 발생했다. 교인들에게 빌린 68억으로 신약 개발 회사에 투자까지 했다. 결국 교회는 와해됐고, 피해는 고스란히 교인들이 떠안게 됐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강원도 춘천시 동면에 사는 ㄱ 씨(70)는 매달 30일이 되면 숨이 턱턱 막힌다. 4년 전 교회 담임목사의 요청으로 소유하고 있던 땅 두 필지를 담보로 약 9억 원을 빌려줬는데, 아직까지 돈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달 평균 150~200만 원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는 ㄱ 씨는 "노후 대책은 물 건너갔다"고 말했다.
가진 게 아파트 한 채뿐인 ㅂ 씨(71)도 담임목사의 부탁으로 돈을 빌려줬다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4년 전 ㅂ 씨는 교회가 재정 문제를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살고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5,000만 원을 빌려줬다. 아직까지 꿔 준 돈의 절반밖에 돌려받지 못한 상황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산다는 박 씨는 "원금과 이자 납부 기한을 30년으로 설정해 놨다. 그저 버틸 뿐"이라고 말했다.
ㄱ 씨와 ㅂ 씨는 춘천 평화감리교회(평화교회‧현 평화동산교회) 교인이었다. 평화교회는 2년 전 내홍을 겪었고, 1,000명이 넘는 교인은 뿔뿔이 흩어졌다. <뉴스앤조이> 취재 결과, ㄱ 씨와 ㅂ 씨처럼 금전 피해를 입은 교인은 40명이 넘었고 액수는 68억 원이나 됐다. 교인들은 담임목사의 부탁을 받고, 적게는 400만 원부터 많게는 10억 원까지 빌려줬다.
새 예배당 지으며 70억 빚져…투자한 신약 개발 회사 대표는 '법정 구속'
1987년 4월, 당시 감리교신학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한균 목사는 소양강변 근처에 평화교회를 개척했다. 교인 3명으로 출발한 평화교회는 꾸준히 성장했고, 개척 20년 만에 1,000명을 넘어섰다. 춘천 지역에서는 '메가처치'로 통했다. 한균 목사는 강원도기독교연합회장, 강원도민사랑운동본부장, 춘천기독교연합회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08년, 계속 늘어나는 교인을 수용하기 위해 새 예배당을 짓기로 했다. 기존 예배당 부근에 있는 땅을 사서 예배당을 세웠다. 2009년 11월 1일 입당 예배도 했다. 새 예배당은 지하 1층, 지상 6층에 연면적 1,500평에 달했다. 카페와 식당, 세미나실 등 각종 편의 시설을 갖춰 지역 주민이 이용할 수 있게 했다.
▲ 평화교회 전 교인은 "예배당을 짓는 대신 리모델링을 했다면 지금처럼 교회가 쪼개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평화교회 과거 예배당 전경. ⓒ뉴스앤조이 이용필
평화교회는 2011년 교회 건축상을 받을 만큼 겉모습은 화려했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성장 가도를 달리던 교회는 2012년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유는 예배당을 지으며 발생한 부채와 관련이 깊다. 애당초 40억가량 예상했던 건축비는 건설업체 부도와 함께 뛰었다. 다른 업체를 통해 건축을 마무리 지었고, 정산 결과 총 70억이 들었다. 예배당 신축과 동시에 빚더미에 올라선 것이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한 목사와 교인들은 큰 문제가 없을 줄로만 알았다.
한편, 이 시기를 전후로 평화교회는 신약 개발과 기능성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벤처기업 ㅎ회사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했다. 평화교회 앞에 공장을 세운 ㅎ회사는, 200평 규모의 주차장을 교회와 공유했다.
당시 평화교회 협동목사로 있는 손 아무개 씨(여)가 ㅎ회사 대표여서 가능한 일이었다. 손 대표는 20년 넘게 평화교회에 출석했다. 원래 직분은 권사였는데, 2000년대 중반 일본의 한 선교 단체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목사는 설교나 광고를 통해 "손 목사님이 운영하는 ㅎ회사로부터 교회가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ㅎ회사와 교회는 일체로서 ㅎ회사의 이익이 곧 교회의 이익이다"는 말을 자주 했다.
원래 손 대표는 평범한 주부였다. 그러다가 지난 2007년, 천연 약초에서 추출한 천연 물질로 당뇨병을 치료하겠다며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2008년 12월 28일 자 <국민일보>에 손 대표를 소개하는 미담 기사가 실렸다. 당뇨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도우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계속해서 듣고 ㅎ회사를 설립했다는 내용이었다. 2011년 ㅎ회사는 건강식품과 기능성 화장품 등을 출시하기 위해 자회사를 설립하고, 판매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을 통한 수익금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겠다"던 손 대표는 2012년 12월 10일 법정 구속됐다. 죄목은 사기. 법원은 손 대표가 당뇨에 효능이 있는 신약을 개발했다는 거짓 홍보로 투자자를 모집해 거액을 챙겼다면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또한,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 거듭 제공한 정보와 행위는 신약 개발 실체와 거리가 멀고, 불법으로 다단계 판매에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고 했다.
앞서 ㅎ회사는 서울대 약학대 등과 공동 연구를 한다고 홍보해 왔지만, 검찰 조사 결과 그런 사실이 없고 신약 개발도 연구 단계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손 대표의 법정 구속 소식과 함께 평화교회는 술렁였다.
▲ 교인들이 빌려준 돈 68억은 ㅎ회사에 흘러갔다. 평화교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 온 ㅎ회사의 손 아무개 대표는 평화교회 협동목사였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교회 재정 어렵다며 빌려간 돈, 알고 보니 'ㅎ'회사로
2013년 1월 초, 평화교회는 부채 상환 압박에 시달렸다. 은행 이자를 제대로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인들 사이에서는 교회가 곧 '경매'에 넘어간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교회가 재정 문제로 시끄러워지자, 감리회 춘천북지방회는 감리사를 파송해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같은 해 2월 조직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조사 결과, 2010년에서 2012년 사이 40명이 넘는 교인이 총 68억 원을 교회에 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교인들은,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10억 원의 돈을 빌려줬다. 이는 재정부장이 비대위에 제출한 교회 채무 현황표에 기록돼 있었다. 피해 교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균 목사는 돈을 빌릴 때마다 "교회가 갚지 못하더라도 'ㅎ'회사에서 (대신) 갚아 줄 것이다", "교회와 ㅎ회사가 소유한 부동산의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안심시켰다.
당시 재정 문제를 조사했던 한 관계자는 "교회가 교인들에게 이렇게 많은 채무를 지고 있는지 장로들도 몰랐던 것 같다. 돈 관리는 한 목사와 재정부장, 손 대표가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한 장로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돈이 어디에 와서 어디로 나갔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교인에게 빌린 돈 대부분은 'ㅎ'회사에 흘러갔다. 심지어 한 목사 역시 1억이 넘는 돈을 ㅎ회사에 빌려줬다. 반면, 교회 부채는 '70억'에서 줄어들지 않았다. 피해를 입은 교인들은 담임목사에게 해명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다시 돌려주겠다"는 말뿐이었다고 한다. 지난 7월 27일, 춘천에서 만난 피해 교인들은 "한 목사가 충분한 설명이나 사과도 없이 문제를 덮으려고만 했다"고 말했다.
예배당을 지으며 발생한 빚 70억과 교인에게 빌린 돈 68억은 교회 매각으로 이어졌다. 평화교회는 2013년 3월 18일 예배당을 팔았다. 새 예배당을 지은 지 4년도 안 돼 벌어진 일이다. 기독교한국침례회 소속 한 교회가 110억 원에 부지와 예배당을 넘겨받았다. 평화교회가 실제로 거머쥔 돈은 부채 70억을 제외한 40억 원이다. 이 중 24억 원은 교인 빚 갚는 데 쓰고, 나머지 돈으로 2층으로 된 교회 건물을 사들였다.
재정 문제가 터지기 전 1,000명 넘게 출석하던 교인은 200명으로 줄었다. 몇몇 교인은 빌린 돈을 받기 위해 한 목사를 따라나섰다. 평화교회는 평화동산교회로 이름을 바꿨다.
2013년 8월, 교회에 돈을 빌려준 교인 중 3명은 한 목사와 손 대표, 재정부장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지난 5월 22일,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은 한 목사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현재 법정 구속 중인 손 대표는 징역 1년 6개월을 받았다. 교인들에게 돈을 빌리는 데 앞장섰던 재정부장은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해 규모가 큰데다가 구체적인 변제 계획도 없이 교인들의 돈을 ㅎ회사에 빌려줬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 목사와 손 대표가 빌린 돈을 유용한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이번 재판을 통해 새로 드러난 점은, ㅎ회사가 부실기업이었다는 점이다. 판결문을 보면, "피고인 손 아무개 및 주식회사 ㅎ은 경영 적자로 인한 채무 초과 상태에서 (중략) 급히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허위의 재무제표를 꾸며 금융기관을 기망해 약 50억 원이 넘는 대출을 받는 등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나온다.
교인들에게 돈을 빌린 평화교회도 부실하긴 마찬가지였다. 판결문을 보면, "평화교회 역시 채무 초과 상태에서 달리 수익이나 자산이 없어 피해자(교인들)에게 말한 대로 차용금을 변제해 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나온다.
한 목사는 항소를 하지 않았고,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손 대표는 항소했다.
▲ 서로 마주하고 있는 ㅎ회사(사진 왼쪽 건물)와 평화교회(사진 오른쪽 건물). ㅎ회사는 평화교회가 주차장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줬다. 현재 ㅎ회사 건물은 폐쇄됐고, 평화교회가 사용했던 예배당은 침례교단의 한 교회가 넘겨받았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한균 목사, "건축이 너무 무섭더라…교인들 빚 문제 해결할 것"
<뉴스앤조이> 기자는 한균 목사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자 했다. 그러나 한 목사는 교회 행사와 여름휴가 등의 이유를 들며 몇 번 만남을 미뤘다. 대신 한 목사는 7월 28일, 기자와 1시간 정도 전화통화를 했다. 그는 피해를 입은 교인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빚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새 예배당을 짓게 된 배경은 성장 욕심과 맞물려 있었다. 한 목사는 "애당초 교회를 지을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하루는 종합 건설 회사 사장으로 있는 한 장로가 은행 이자 5%만 내면 교회 건축이 가능하다고 제안해 왔다. 예배당을 짓지 않으면 10년이 지나도 부흥이 안 된다는 말에 한 목사는 혹했다.
교인들의 동의를 얻어 진행한 새 예배당 건축 사업은 척척 되어 가는 듯했다. 하지만 40~45억이면 충분할 것이란 설명과 달리 건축비만 60억이 들어갔다. 여기에 집기를 장만하는 데 10억 원의 비용이 추가됐다. 한 목사는 "(교회) 건축이 너무 무섭더라. 중간에 건설업체가 바뀌면서 상황이 나빠졌다. 빚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잤고, 강단에 설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고 했다.
ㅎ회사와 유착 관계를 형성한 것도 후회한다고 말했다. ㅎ회사로 있던 손 대표가 평소 교회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헌신했고, 옆에서 봤을 때 회사가 잘되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평일만 되면 서울에서 ㅎ회사로 사람들이 몰려오고, 서울대와 공동으로 신약을 개발한다는 뉴스까지 나와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고 한 목사는 말했다. 교인들에게 빌린 돈을 어디에 썼느냐는 질문에, 한 목사는 ㅎ회사의 운영·연구·개발과 교회 운영 자금으로도 사용했다고 밝혔다.
한 목사는 무리한 건축과 ㅎ회사와의 유착 관계를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앞으로 교인들의 빚을 갚아 나가겠고 말했다. 교인들에게 빌린 원금의 38.5%를 갚았고, 틈틈이 이자도 갚아 가고 있다고 했다.
한 목사는 "'ㅎ회사와 한 목사가 20억을 해 먹었다'는 소문까지 났다. 그러나 나도 개인 회생 신청을 했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이자뿐만 아니라 원금도 갚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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