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자작시

잊어버린 이유가 있어요./안희환

안희환2 2014. 10. 27. 14:30

잊어버린 이유가 있어요.

 

 

너무 보고 싶었던 거죠.

떠올리기만 해도 그리움이 너무 커

책을 펴도 글 대신 얼굴이 보이고

업무를 봐야 하는데 화면에서조차

숫자 대신 사람이 보였던 거죠.

 

 

살기 위해 잊으려 한 거죠.

노력이 모래성처럼 무너져버리면

다시 망각의 모래성을 쌓다가

마침내 물 젖은 모래 알갱이의 힘으로

기억의 지하실로 그댈 밀어낸 거죠.

 

 

잊어버린 그를 탓하면 안 돼요.

그가 흘린 눈물로 이룬 강을 봐요.

강 위에 떠다니는 건 배가 아니죠.

모두 그대의 형상들이죠.

너무 많아 셀 수 없는 그대 형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