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데 쓰는 돈에 벌벌 떨었었는데.../안희환대표(바른문화운동본부 )
먹는데 돈 쓰는 것을 상당히 싫어하는 나였다. 이유가 있다. 첫째로 어릴 때부터 제대로 못 먹고 자란 나로서는 먹는데 돈 쓰는 것이 상당히 부자연스럽다. 둘째로 북한에서 굶주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후로 먹는데 돈 쓰는 것이 무척 부담스러워졌다. 따라서 내가 먹는 것을 덜 챙기고 대신 그런 돈으로 유익한 일에 사용하려고 했었다. 지금도 매달 상당 액의선교비를 지출하고 있으며 인도 아이 하나를 책임지고 있다.
그런 나에게 요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먹는 것에 이전보다 돈을 더 잘 쓰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누리는 것에 너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 탓이다. 너무 과도하게 먹는 것에 돈을 쓰는 것은 어차피 내게 불가능한 일이니(다른 이를 대접해야 할 때는 어쩔 수 없다 해도) 어느 정도는 스스로에 대해 관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에 수원에 강사로 갔을 때도 그런 나의 변화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점심을 같이 먹자는 제안을 거절하고 따로 먹겠다고 했다. 빨리 점심을 먹고 화성행궁과 행궁동 벽화마을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특정한 지역에 갔을 경우 그 지역의 유적지나 명소를 방문하면 얻을 것이 많기 때문에 늘 그런 식으로 해왔었다. 따로 구경 가는 것은 시간내기가 어려우니 그렇게 해서 배움의 폭을 넓히는 것이다.
전 같으면 점심을 김밥 같은 것으로 대충 때웠을 것이다. 아니면 빵 하나에 우유 하나로 점심을 해결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숙소에 차를 세워둔 후 근처의 식당을 둘러보았다. 콩나물 해장국집이 눈에 들어오기에 그곳에 들어가서 6000원 짜리 콩나물 해장국을 시켰다. 그게 다가 아니다. 1000원을 추가하면 오징어를 잘게 썰어놓은 것을 주는데 그것까지 주문했다. 아~ 내가 이런 사치를 기꺼이 하다니.
내 사치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수원 팔달문을 둘러보는데 노점상 할머니가 견과류와 쥐포 류를 팔고 계셨다. 오징어와 문어와 쥐포 등을 무척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냥 지나가기 힘든 유혹이었다. 쥐포가 얼마냐고 여쭈었더니 작은 것은 천 원이고 큰 것은 이천 원이라고 하셨다. 전 같으면 사더라도 작은 것을 샀을 것인데 이번에는 큰 것을 달라고 했다. 할머니는 쥐포 넣은 봉지에 땅콩도 한 줌 쥐어서 넣어주셨다.
쥐포와 땅콩을 먹으면서 다니다보니 갈증이 났다. 물 마실 곳을 찾는데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주변 상가에 들어가 데미소다 애플 하나를 꺼내서 얼마냐고 물었다. 젊은 주인아주머니가 천 원이라고 했다. 다른 가게에서 사면 700원에서 800원이면 살 수 있는 것을 유적지 근처라고 200원에서 300원을 더 부른 것이다. 원래의 나 같으면 음료수를 도로 집어넣고 목마른 것을 참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도 나는 사치를 부리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에는 별 것 아닌 내 모습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로서는 파격적인 변화이다. 그것도 하루에 3건이나 사치를 부렸으니 이전의 나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예전에 비해서 많이 풍요로워진 탓도 있다. 돈이 없으면 그렇게 하라고 해도 못할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달라진 것은 경제 형편이 아니라 내 마음 상태이다. 더 이상 이런 것으로 죄의식 느끼지 않을 생각이다. 나도 귀한 존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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