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목회단상

중1때 팔은 잃은 그 후로/ 안희환

안희환2 2012. 10. 11. 17:00

1때 팔은 잃은 그 후로/ 안희환

 

 

1. 1때 팔을 잃었다. 그때 우리 집은 너무 가난하여 판자촌에 살고 있었다. 어려운 집안을 돕기 위해 초등학생 때부터 신문을 돌렸는데 중1이 되어서도 이어졌다. 중학교 입학식을 한 며칠 후 자전거를 타고 신문사로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팔을 절단해야 했다.

2. 팔을 잃은 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몸의 한 쪽이 끊어진 것으로 인해 온 몸의 혈액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또한 트럭과 부딪힌 충격, 바닥에 굴러 떨어진 충격, 그리고 다시 후진한 트럭의 뒷바퀴에 팔이 깔린 충격이 온 몸에 고스란히 남았다.

3. 의수를 하면서부터 옷을 제대로 입을 수 있었는데 그로 인한 부작용이 있었다. 멀쩡한 팔에 끈을 매달고 그 끈이 어깨와 목을 지나서 잘려나간 쪽에 의수를 매달고 있어야했는데 그로 인에 늘 무게를 느껴야했던 어깨와 목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덕분에 어깨와 목이 늘 쑤신다.

4. 세월이 많이 지나면서 잘려나간 팔의 나머지 부분이 약해졌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뼈가 너무 얇아져서 힘을 조금만 줘도 부러질 것만 같다. 게다가 끄트머리 쪽이 송곳처럼 날카롭게 돼버려서 속에서 살을 찌르는 덕에 상당한 통증이 있다. 그렇다고 더 잘라낼 수도 없다. 더 짧아지면 의수를 맬 수가 없으니까.

5. 오른쪽 팔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양 팔이 해야 할 일을 한 쪽으로 하다 보니 무리가 온 모양이다. 다른 사람이 팔을 만져주면 아파서 견딜 수가 없다. 하긴 그 팔 하나로 물건도 들고 운전도 하고 그 외에 다양한 일들을 해왔으니 혹사를 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6. 팔만이 아니라 손가락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나는 글을 많이 쓴다.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시와 산문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양손으로 자판을 쳐야 하는데 한 손으로 많은 것을 치다보니 오른쪽 손가락에 관절염이 생겼다. 손가락도 쑤실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7. 다리가 자기 혼자만 멀쩡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바닥에 오래 앉아있을 수가 없다. 너무 저리고 아프기 때문이다. 계단을 다니는 것이 힘들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평상시에도 통증이 찾아오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8. 교회 개척을 하고 열심을 다하다가 쓰러지고 말았다. 간 때문이었다. 구토가 계속 나서 체한 줄 알고 손을 따거나 약을 먹거나 해도 해결이 되지 않았었는데 간을 치료하는 약을 먹으니 구토도 사라졌다. 중요한 것은 간수치가 지금도 정상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9. 시력에 문제가 왔다. 안경을 껴도 시력이 올라가지 않는다. 오른쪽이 0.4이고 왼쪽이 0.25이다. 자동차의 넘버 4자리 숫자 중에 2자리 정도만 읽을 수 있다. 작은 글씨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눈이 시려서 운전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상태가 점점 나빠지는 중이다.

10. 시력에 문제가 생긴 것이 뇌종양 때문임이 밝혀졌다. 의사 말이 보통 1cm 이하의 종양들이고 1cm-2.5cm 는 거대 종양이다. 내 경우 4cm로 자이언트라고 했다. 게다가 뇌경동맥과 붙어서 완전 제거가 안 된다고 한다. 남은 부분에서의 뇌출혈 가능성이 높다고도 한다.

작은 부분들은 제쳐두고 큼직한 것들만 언급했는데도 10가지나 될 만큼 내 몸은 엉망이다. 이런 몸으로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다. 통증이 몰려올 때마다 그러려니 하면서 감사와 용기를 잃지 않았다. 이렇게 형편없는 몸으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며 고민하지 않는다. “약한 자를 들어 강한 자를 이기게 하시는 하나님을더 의지한다.

윗글을 쓰는데 눈물이 핑 돈다. 내 신세가 너무 처량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앞으로의 수술이 두려워서 그런 것이 아니다. 내가 참 고생 많이 했구나 하는 연민 때문도 아니다. 이렇게 약한 사람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세워주시고 사용해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해서이다.

내게 늘 소망을 주는 말씀이 있다. “나에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지라 그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고후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