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이 큰 게 생겼다/ 안희환
새벽예배 때 설교의 주제가 감사였다. 감사의 정도가 신앙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기준이라고 메시지를 전했다. 다니엘은 사자굴에 들어갈 줄 알면서도 하루에 세 번씩이나 감사 기도를 드렸는데 그런 삶이 다니엘의 신앙이 진짜임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사실 인간적으로 볼 때 감사할 일보다 그렇지 않은 일이 더 많은 날이 이어질 것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전한 말씀이었다. 그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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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아산병원으로 가기로 했고 전도사님이 차를 대기해 놓고 있었다. 아내와 정채현 집사님이 함께 가는 상황이었다. 차를 타기 위해 밖으로 나왔는데 내 차가 교회 옆에 있는 건물에 충돌해 있었다. 깜짝 놀라가 가보니 옆 건물의 벽이 부서져 있었고 내 차 역시 뒷부분이 박살나 있었다. 떨어져 있는 대리석들과 엉망이 되버린 자동차를 보니 갑갑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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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전도사님이 바깥으로 나왔다. 화장실에 갔다 왔는데 비탈진 곳에 차를 세워놓고는 사이트 브레이크도 안 걸어놓고 기어를 중립에 놓은 후 나갔다가 왔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비탈에서 차가 아래로 굴러갈 수밖에. 부서진 건물의 주인이 나왔기에 다 복구해 드리겠다고 약속을 드렸다. 자동차 수리비와 건물 복구비가 만만치 않게 들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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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병원으로 가야하기에 차를 타고 출발하는데 차가 제대로 움직일 상황이 아니었다. 드르륵 거리며 소리가 심하게 났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전도사님보고 보험사에 연락을 하라고 한 후 아내, 정집사님과 함께 택시를 타고 구로디지털단지역으로 갔다. 그곳에서 전철을 타고 아산 병원 근처의 전철역에 내린 후 15분 정도 걸어서 아산 병원에 도착했다. 지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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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분 정도를 진찰실 밖에서 기다린 후 내 순서가 되었다. 의사는 내 MRI사진을 보여주면서 뇌종양이 있다고 말했다. 그것도 상당히 큰 뇌종양이었다. 사진으로 보는데도 꽤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으니 아내가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주저앉을 뻔했다고 한다. 온 몸에서 힘이 다 빠져나갔다고 한다. 마음에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신경과로 옮겨서 제대로 검사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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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찰실에서 나와 매점에 들러 음료수를 사 마시는 동안 아내의 표정을 살폈다. 다행이 지난 번처럼 울지는 않았다. 화장실을 간다고 갔다 왔는데 혹시 화장실 가서 울었는지 얼굴을 살펴보았다. 아내는 내 의도를 알아채고는 울지 않았다고 했다. 이를 악물고 울음을 참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차라리 그게 울고 있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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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전철을 타고 돌아오는 내내 몸이 많이 부대꼈다. 요즘에 몸이 많이 힘들었기에 전철 타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시간이 아깝다며 잠 많이 자는 것을 무척 싫어하던 나였는데 최근에는 하루에 12시간 넘게도 잠을 자곤 한다. 나도 모르게 몸에 기운이 없고 잠이 쏟아지는 것이다. 덕분에 하루에 해내던 많은 일들을 지금의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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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처지에서 오늘 새벽에 했던 감사에 대한 설교가 떠올랐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입에서 “하나님. 감사합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 안에 있음을 인하여 감사합니다”라는 고백이 흘러나왔다. 어차피 사람의 생사화복이 하나님께 있다고 믿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좋지 않은 상황조차 담대함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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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심방, 집회 인도, 강연, 글쓰기, 시민단체 이끌기 등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어쩔 수 없이 펑크가 나고 있기 때문이다. 속상한 마음이 꽤 있었는데 그 동안 너무 앞만 보고 달리기만 했던 나에게 하나님께서 잠시 휴가를 주시는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하니 그것도 감사함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진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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