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목회단상

뇌종양이 큰 게 생겼다/ 안희환

안희환2 2012. 9. 7. 20:21

뇌종양이 큰 게 생겼다/ 안희환 

 

새벽예배 때 설교의 주제가 감사였다. 감사의 정도가 신앙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기준이라고 메시지를 전했다. 다니엘은 사자굴에 들어갈 줄 알면서도 하루에 세 번씩이나 감사 기도를 드렸는데 그런 삶이 다니엘의 신앙이 진짜임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사실 인간적으로 볼 때 감사할 일보다 그렇지 않은 일이 더 많은 날이 이어질 것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전한 말씀이었다. 그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아침에 아산병원으로 가기로 했고 전도사님이 차를 대기해 놓고 있었다. 아내와 정채현 집사님이 함께 가는 상황이었다. 차를 타기 위해 밖으로 나왔는데 내 차가 교회 옆에 있는 건물에 충돌해 있었다. 깜짝 놀라가 가보니 옆 건물의 벽이 부서져 있었고 내 차 역시 뒷부분이 박살나 있었다. 떨어져 있는 대리석들과 엉망이 되버린 자동차를 보니 갑갑한 마음이 들었다.

잠시 후 전도사님이 바깥으로 나왔다. 화장실에 갔다 왔는데 비탈진 곳에 차를 세워놓고는 사이트 브레이크도 안 걸어놓고 기어를 중립에 놓은 후 나갔다가 왔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비탈에서 차가 아래로 굴러갈 수밖에. 부서진 건물의 주인이 나왔기에 다 복구해 드리겠다고 약속을 드렸다. 자동차 수리비와 건물 복구비가 만만치 않게 들 것 같았다.

일단 병원으로 가야하기에 차를 타고 출발하는데 차가 제대로 움직일 상황이 아니었다. 드르륵 거리며 소리가 심하게 났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전도사님보고 보험사에 연락을 하라고 한 후 아내, 정집사님과 함께 택시를 타고 구로디지털단지역으로 갔다. 그곳에서 전철을 타고 아산 병원 근처의 전철역에 내린 후 15분 정도 걸어서 아산 병원에 도착했다. 지각이었다.

50분 정도를 진찰실 밖에서 기다린 후 내 순서가 되었다. 의사는 내 MRI사진을 보여주면서 뇌종양이 있다고 말했다. 그것도 상당히 큰 뇌종양이었다. 사진으로 보는데도 꽤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으니 아내가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주저앉을 뻔했다고 한다. 온 몸에서 힘이 다 빠져나갔다고 한다. 마음에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신경과로 옮겨서 제대로 검사를 하기로 했다.

진찰실에서 나와 매점에 들러 음료수를 사 마시는 동안 아내의 표정을 살폈다. 다행이 지난 번처럼 울지는 않았다. 화장실을 간다고 갔다 왔는데 혹시 화장실 가서 울었는지 얼굴을 살펴보았다. 아내는 내 의도를 알아채고는 울지 않았다고 했다. 이를 악물고 울음을 참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차라리 그게 울고 있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전철을 타고 돌아오는 내내 몸이 많이 부대꼈다. 요즘에 몸이 많이 힘들었기에 전철 타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시간이 아깝다며 잠 많이 자는 것을 무척 싫어하던 나였는데 최근에는 하루에 12시간 넘게도 잠을 자곤 한다. 나도 모르게 몸에 기운이 없고 잠이 쏟아지는 것이다. 덕분에 하루에 해내던 많은 일들을 지금의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처지에서 오늘 새벽에 했던 감사에 대한 설교가 떠올랐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입에서 하나님. 감사합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 안에 있음을 인하여 감사합니다라는 고백이 흘러나왔다. 어차피 사람의 생사화복이 하나님께 있다고 믿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좋지 않은 상황조차 담대함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또 감사했다.

아쉬운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심방, 집회 인도, 강연, 글쓰기, 시민단체 이끌기 등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어쩔 수 없이 펑크가 나고 있기 때문이다. 속상한 마음이 꽤 있었는데 그 동안 너무 앞만 보고 달리기만 했던 나에게 하나님께서 잠시 휴가를 주시는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하니 그것도 감사함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진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