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자작시

녹슨 철망/ 안희환

안희환2 2012. 6. 27. 14:12

녹슨 철망/ 안희환

 

 

녹슨 철망이 바람을 흔든다.

쇳가루가 두려운 바람은

신음소리를 내며 피해가고

바람마저 떠난 폐허의 공간엔

침묵만이 자리를 지킨다.

아직도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공을 쫓아 달리던 아이들

쌍쌍이 손잡고 걷던 연인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는

소곤대며 걷던 새색시들

그 모든 게 어우러진 소리가.

녹슨 철망도 그리운가보다.

자신을 붙잡고 올라타던

꼬맹이들의 떠들썩함이.

그래서 공연히 바람만 잡고

흔들고 있는 게 틀림없다.

___________

사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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