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철망/ 안희환
녹슨 철망이 바람을 흔든다.
쇳가루가 두려운 바람은
신음소리를 내며 피해가고
바람마저 떠난 폐허의 공간엔
침묵만이 자리를 지킨다.
.
아직도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공을 쫓아 달리던 아이들
쌍쌍이 손잡고 걷던 연인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는
소곤대며 걷던 새색시들
그 모든 게 어우러진 소리가.
.
녹슨 철망도 그리운가보다.
자신을 붙잡고 올라타던
꼬맹이들의 떠들썩함이.
그래서 공연히 바람만 잡고
흔들고 있는 게 틀림없다.
___________
사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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