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목회단상

개척 14년 만에 큰 교회로 성장하다(분립개척이 경쟁력이다)/ 안희환.

안희환2 2012. 3. 15. 08:58

개척 14년 만에 큰 교회로 성장하다(분립개척이 경쟁력이다)/ 안희환.

 

 

맨 땅에 헤딩하듯이 교회개척을 하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과정에서 하나님 한 분 외에는 아무 것도 바라볼 대상이 없음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소중함을 뼛속 깊이 새길 수 있기 때문이다. 눈물과 탄식의 시간들 속에서 교만했던 마음이 한없이 낮아지고 자신의 힘과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음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맨 땅에 헤딩하듯이 개척하는 것에 대해 권장하지는 않는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개척을 한 후 고생 끝에 교회가 성장하면 감사한 일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목회자가 너무 지쳐 탈진하는 경우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실패자라는 패배주의의 늪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경우들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일단 마음이 무너진 다음에는 다시 일어나는 것이 그리 만만하지가 않다.

사실 개척을 한 후 교회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는다 해도 맨 땅에 헤딩하듯이 개척하는 것은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한다. 지하에서 개척교회를 시작해본 나로서는 그런 과정이 얼마나 많은 대가들을 지불하게 하는지 속속들이 경험할 수 있었다. 여름 장마철에 물이 차고 쥐가 들어와 새끼를 낳고 온갖 악취가 풍기는 지하실에서 지상의 상가로 올라가는데 정말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갔다.

공간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개척 멤버가 없이 개척을 한 상황에서 상당 기간 동안 가족들과 한두 사람의 교인들을 앞에 두고 설교해야 했다. 전도지를 들고 돌아다니지만 냄새나는 공간의 교인들도 없는 교회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전혀 없다시피 했다. 그런 과정들 속에서 교회가 자립하고 건축도 한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였다. 만약 다시 한 번 나에게 맨 땅에 헤딩하듯이 개척할 수 있겠냐고 묻는다면 자신이 없다고 할 것이다.

최근 분당의 꿈꾸는 교회에 설교하러 갔었다. 넓은 대지 위에 웅장하면서도 세련되게 지어진 교회 건물이 눈에 확 띄었다. 조현진 전도사님의 안내로 교회당 구석구석을 볼 수 있었는데 본당, 교육관, 소그룹 공간, 방송실, 식당, 카페 등 모든 공간이 참 멋지게 자리 잡고 있었다. 분당에 있는 침례교회들 가운데 가장 큰 교회라는 말을 들었다.

담임이신 박창환 목사님과 교제를 나누면서 그 교회가 14년 된 교회이며 박목사님이 개척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내게 박목사님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유리한 입장에서 개척했음을 말해주셨다. 강남중앙침례교회(당시 김충기 목사님)에서 10년간 부교역자로 사역한 후 개척할 때 강남중앙침례교회에서 상가 건물을 사주었고 개척멤버도 50명이 넘게 떼어주었다는 것이다.

50명이 넘는 교인들과 개척을 한 상황에서 그 동안 교회에 출석하지 않던 개척멤버들의 가족들이 개척된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하고 새로운 사람들이 전도되면서 1년 만에 교인들 숫자가 100명을 넘겼다는 말도 들었다. 교회 성장의 공을 자신에게 돌리지 않고 상황이 다른 목회자들에 비해 좋았다고 말씀하시는 박창환 목사님의 겸손한 태도에 은혜가 되었다. 또한 기꺼이 건물을 사 주고 교인들을 파송해준 강남중앙침례교회의 통 큰 모습에 감동이 되었다.

꿈꾸는 교회의 개척과 그 성장 과정은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월세나 전세로 시작한 상가교회에서 자가 건물을 가지기까지의 에너지를 본질적인 것에 쏟는다면 얼마나 교회적으로 유익할까? 개척 멤버들을 확보하는데 겪는 숱한 고충과 상처, 그로 인한 탈진을 겪지 않고 좋은 개척멤버들과 함께 영혼 구원에 전력할 수 있다면 교회적으로 얼마나 보탬이 될까?

오늘날 규모가 있는 교회들이 자신이 몸집을 불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하나님의 축복으로 부흥한다는 구실 하에 점점 더 큰 교회만을 지향하기도 한다. 그러나 넓은 시각으로 한국 교회를 생각하며 분립개척을 시도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한국 교회에 공헌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분립개척이야말로 오늘날 교회 개척의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