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표정들을 삼킨다/ 안희환
사진 한 장으로(335)
찡그린 얼굴 따라
실룩거리는 볼의 윤곽.
어릴 때부터 보아온
낯익은 표정 하나 하나
목말라 물을 들이키듯
표정들을 삼킨다.
.
넌 어쩜 변함도 없이
어린 날의 얼굴 형태를
간직할 수 있었는가?
난 거울 속의 낯선 얼굴이
내 것이라 여기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었는데.
.
어른 하나와 아이 하나
아저씨 하나와 소녀 하나.
나란히 걷기 버거운
부조화의 짐을 너와
나눠질 수 있을까?
눈초리들의 잔치 앞에서.
.
떠나보내야 한다면
떠나보내야겠지 라며
자신을 설득하려다 보니
낯익은 표정 하나 하나
그것마저 넘겨줘야 할까봐
네 표정들을 삼킨다.
___________
사진/ 전북 신재생에너지 테마 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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