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자작시

졸업/ 안희환

안희환2 2012. 3. 3. 23:57

졸업/ 안희환

사진 한 장으로(320)

 

 

통과해야할 과정을 마친

학생들이 모자를 쓰고 웃는다.

그 모자 하나 쓰기 위해

고생한 수년의 시간들이

모자 아래 숨겨져 있다.

카메라 앞에선 더 밝게

웃어야 한다는 암묵적 동의.

똑같은 표정으로 드러낸

하얀 이빨들이 시리다.

바람이 이 사이로 들어간다.

축하하러 온 어른들은

세상은 녹녹하지 않다는 걸

입 밖에 꺼내지 않는다.

지금은 같이 이빨을 내놓고

카메라 앞에서 웃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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