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안희환
사진 한 장으로(320)
통과해야할 과정을 마친
학생들이 모자를 쓰고 웃는다.
그 모자 하나 쓰기 위해
고생한 수년의 시간들이
모자 아래 숨겨져 있다.
.
카메라 앞에선 더 밝게
웃어야 한다는 암묵적 동의.
똑같은 표정으로 드러낸
하얀 이빨들이 시리다.
바람이 이 사이로 들어간다.
.
축하하러 온 어른들은
세상은 녹녹하지 않다는 걸
입 밖에 꺼내지 않는다.
지금은 같이 이빨을 내놓고
카메라 앞에서 웃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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