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 안희환
사진 한 장으로(269)
그런 날이 있다.
눈을 감아도 눈을 뜨고 보듯
뚜렷하게 보이는 날.
잊으려 머리를 흔들수록
뇌 속에서 더 실체화되는 날.
.
그런 날이 있다.
극복한 줄 알았는데 아직
남아있는 쓴 뿌리를 보는 날.
새 옷을 갈아입고 나왔는데
소나기에 옷이 젖는 날.
.
그런 날이 있다.
따듯하게 건넨 미소에
묘한 비웃음이 돌아오는 날.
살갑게 손을 내밀었는데
차갑게 뿌리쳐지는 날.
.
그런 날엔 어깨를 편다.
일부러 소리 내 웃는다.
더 쾌활하게 말한다.
그러다 서글픔이 밀려들면
침묵 너머로 잠시 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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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양동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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