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자작시

그런 날/ 안희환

안희환2 2012. 1. 21. 00:46

그런 날/ 안희환

사진 한 장으로(269)

 

 

그런 날이 있다.

눈을 감아도 눈을 뜨고 보듯

뚜렷하게 보이는 날.

잊으려 머리를 흔들수록

뇌 속에서 더 실체화되는 날.

그런 날이 있다.

극복한 줄 알았는데 아직

남아있는 쓴 뿌리를 보는 날.

새 옷을 갈아입고 나왔는데

소나기에 옷이 젖는 날.

그런 날이 있다.

따듯하게 건넨 미소에

묘한 비웃음이 돌아오는 날.

살갑게 손을 내밀었는데

차갑게 뿌리쳐지는 날.

그런 날엔 어깨를 편다.

일부러 소리 내 웃는다.

더 쾌활하게 말한다.

그러다 서글픔이 밀려들면

침묵 너머로 잠시 숨는다.

____________

 

사진/ 양동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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