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자작시

시간이 제 속도를 찾다/ 안희환

안희환2 2012. 1. 10. 23:16

시간이 제 속도를 찾다/ 안희환

사진 한 장으로(258)

 

 

덤프트럭 아래 깔린 이후

시계의 초침은 분침처럼 돌고

분침은 시침이라도 되는 듯했다.

통증이 크면 클수록 더디 가는

시간의 굴레를 알게 되었다.

그래도 잘 버텨온 날들.

뒤돌아보면 까마득하게 멀어

그 시작점이 보이지도 않지만

지금 이곳 이 자리에 서 있다.

스러져 한 줌 흙이 되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어둠의 터널을

용케도 잘 뚫고 나왔다.

앞으로 가는 길이 꽃으로

둘러싸인 산책길이란 보장이

주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터널을 지났으니 상관없다.

초침이 초침의 속도를 찾고

시침조차 빨라졌으니 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