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제 속도를 찾다/ 안희환
사진 한 장으로(258)
덤프트럭 아래 깔린 이후
시계의 초침은 분침처럼 돌고
분침은 시침이라도 되는 듯했다.
통증이 크면 클수록 더디 가는
시간의 굴레를 알게 되었다.
.
그래도 잘 버텨온 날들.
뒤돌아보면 까마득하게 멀어
그 시작점이 보이지도 않지만
지금 이곳 이 자리에 서 있다.
스러져 한 줌 흙이 되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어둠의 터널을
용케도 잘 뚫고 나왔다.
.
앞으로 가는 길이 꽃으로
둘러싸인 산책길이란 보장이
주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터널을 지났으니 상관없다.
초침이 초침의 속도를 찾고
시침조차 빨라졌으니 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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