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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처=조선일보DB
첫날밤 신부에게 “술집 여자 같다”고 말한 남편에게 결혼 생활 파탄의 책임을 물리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 가정법원 가사4단독 서형주 판사는 신부 A(33·해외기업 근무)씨가 신랑 B(36·공기업 근무)씨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혼전 순결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에 틀어박혀 아내에게 치욕적이고 모멸적인 말을 했다”며 14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에 따르면, 지인의 소개로 B씨를 만난 A씨는 이후 그와 헤어졌다가 B씨 어머니의 거듭된 부탁으로 다시 만났고, 작년 1월 결국 결혼에 이르렀다.
그러나 둘의 결혼은 시작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결혼 당일 B씨는 만취 상태로 식장에 도착해 사회자의 말을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고, 기념사진을 찍는 도중 “배가 고프다”며 투정을 부려 자신의 어머니가 입에 넣어주는 떡을 받아먹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날 신혼여행지에서 맞은 첫 밤, B씨는 신부에게 “난 경험도 없고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고 말해 신부가 성관계를 주도하게 했다. 그러나 B씨는 정작 신부가 성 표현을 노골적으로 하고 성관계도 능숙하게 하자, 관계가 끝난 뒤 A씨에게 “업소 여자 같다”며 비아냥거렸다.
A씨는 눈물을 흘리며 "나는 처녀는 아니지만, 조신하게 살아왔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신랑의 부정적인 시선은 신혼여행에서 다녀온 뒤에도 이어졌다. B씨는 신혼여행 일주일 뒤 자신의 초청으로 회사 동료와의 저녁 식사에 동석한 신부가 동료의 음담패설에 불쾌해하지 않고 대꾸하자, “회사 동료 앞에서 나를 망신줬다”며 크게 화를 냈다.
B씨는 또 부부관계에 자신의 어머니를 끌어들이기도 했다. 신부가 “친구 집에서 밤새 수다를 떨고 싶은데 외박해도 되겠느냐”고 물어보자 B씨는 처음에는 “괜찮다”고 답한 뒤 다시 전화를 걸어 “어머니한테 물어봤더니 외박은 절대 안 된다더라”며 입장을 번복했다. 신부가 “그걸 왜 시어머니에게 여쭤보느냐”고 따지면서 둘은 또다시 싸움을 벌였다.
부부는 결국 결혼 보름 만에 파경을 맞았다.
재판부는 B씨의 혼전순결에 대한 집착뿐만 아니라 ‘마마보이’ 같은 그의 태도에도 파경의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서 판사는 판결문에서 “결혼한 여자의 외박이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부부간의 극히 사적인 일을 어머니에게 물어본 것은 어른답지 못한 행동”이라며 B씨에게 위자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