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인터넷 사이트서 판매, 몸 속 마약 성분 빼줘
"몸 안의 마약 성분 빼주는 약품을 팔아요."
마약 단속을 피할 수 있다며 수사기관이 사용하는 '마약 검사 키트'와 '체내 마약성분 배출 약품' 등을 마약사범에게 팔아온 미국의 인터넷 사이트가 최근 검찰에 적발됐다. 마약을 파는 게 아니라 단속을 피하기 위한 약품을 파는 사이트가 적발된 건 처음이다.
특히 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국내로 들어온 사실도 확인됐다. 급기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희준)는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요청해 이 사이트 접속 차단 조치를 했다. 해외에 서버를 둔 인터넷 사이트여서 수사에 앞서 일단 접근부터 차단한 것이다.
이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수사기관이 마약성분 검출 여부를 확인하는 소변·혈액·모발 검사 키트, 체내에서 마약성분을 없애는 특수약품 등이다.
검찰에 따르면 통상 마약 투여 후 소변에는 열흘, 모발에는 6개월간 마약 성분이 남는다. 하지만 이 사이트에서 파는 특수 샴푸나 린스·환약·티백(tea bag) 등을 사용하면 1~2일 만에 체내에 남아 있던 마약성분이 모두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 단가도 검사 키트가 개당 3달러, 마약성분 제거 약품은 개당 20~30달러(세트당 100달러)로 저렴하다.
이런 '효과'가 소문나면서 이 사이트가 국내 마약사범에게도 알려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실제로 멕시코에서 시가 9억원 상당의 필로폰을 밀수한 혐의로 지난 5월 구속 기소된 문모(42)씨도 이 사이트에서 제품을 산 후 직접 사용하거나 국내에 판매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과거 일부 연예인 등 마약 투여자들이 머리카락과 온몸의 털을 깎은 뒤 장기간 잠적하면서 단속을 피했던 적은 있지만 이런 사이트를 통해 약품이 유통된다는 게 알려진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검찰은 마약을 투여하는 해외 유학생이나 국내 외국어 학원 강사들도 이 사이트에서 상품을 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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