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퇴위아 섬 학살 현장에서 살아남은 한 16세 소년 이바르 베니아민 외스테뵈는 1일 테러범 브레이비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기고문에서 “우리는 당신의 의도와 달리 악에 악으로 대응하지 않고 선으로 싸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날 현지 일간지 닥블라데에 실린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에게’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당신은 내 친구들과 당원 동료들을 살해함으로써 노동당과 다문화 사회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당신은 실패했다는 점을 깨달으라”고 썼다.
브레이비크의 총격으로 친구 5명을 잃은 외스테뵈는 “당신은 스스로를 영웅이고 기사로 묘사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하지만 당신으로 인해 그날 영웅들이 탄생했고 당신으로 인해 세상 사람들이 화합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르웨이에서는 대테러법에 따른 법정최고형인 ’징역 21년’이 브레이비크의 죄에 비해 가벼우며 흉악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현지 일간지 ’베르덴스강’이 노르웨이인 1천2283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서 65.5%는 21년형이 지나치게 가볍다고 대답한 반면 ’적당하다’는 답은 23.8%에 그쳤다.
크누트 스토르베르게 법무장관은 처벌 강화 여론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라면서도 서둘러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여론을 수렴하고 논의를 거쳐야 한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의회가 처벌 강화를 검토하겠지만, 여론의 순간적 반응에 휩쓸려 정책을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르웨이 각 정당 지도부는 오는 15일 회의를 열고 이번 테러공격과 같은 중대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의회 법무위원회 페르 산베르그 위원장이 전했다.
이런 가운데 노르웨이 의회는 1일 이례적으로 여름 회기를 열어 희생자들에 대한 별도의 추모식을 거행했다.
다그 테르제 안데르센 의장은 추모식에서 희생자 77명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생존자들이 전한 메시지를 기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추모식에는 하랄 5세 국왕과 하콘 왕세자, 옌스 스톨텐베르그 총리 및 정부 관리, 정치인들과 생존자, 희생자 가족들이 대거 참석했다.
스톨텐베르그 총리는 테러 이후 이민정책을 놓고 정치권의 논란이 가중되는 것과 관련, “말하기에 앞서 심사숙고해야 한다”며 정치권에 신중한 발언을 강조하며 자제를 촉구했다.
한편 노르웨이의 이슬람교도들은 반(反)이슬람 정서에 기반한 테러에도 불구하고 이슬람권의 성월(聖月)이자 단식월인 라마단에 돌입했다.
노르웨이의 이슬람교 단체인 이슬람 협의회의 메타브 아스파르 회장은 “올해 라마단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노르웨이에서는 전체 인구 500만명 중 10만명의 이슬람교도들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