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존 크라프식 현대자동차 미주법인(HMA) 대표는 22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 파운틴밸리에 있는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대자동차의 최근 급성장과 현대캐피탈아메리카와의 공조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와 활발한 공조…“중요마케팅 아이디어까지 제공”
중고차 가격 지지 역할도…메이저 경쟁사에 도전장
“최근 열린 반기 딜러 컨벤션에서 현대자동차와 거래하는 미국 내 800개 딜러를 대표하는 주요 딜러 18명이 현대캐피탈아메리카(HCA) 발표 이후 이례적으로 기립박수를 쳤습니다. 이는 그동안 HCA의 서비스 질 향상과 판매 기여를 얼마나 환영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현대차 미주법인 대표 존 크라프식) “자동차 판매는 좋은 품질의 자동차, 이를 소비자에게 알려주는 마케팅과 적절한 금융지원 등 3박자를 고루 갖춰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는 한때 좋은 품질에도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고생했으나 성공적인 마케팅으로 이를 극복했고, 최근에는 HCA의 금융지원이 강화되면서 비상하고 있습니다”(미 오렌지카운티 현대차 딜러 존 패터슨)
금융위기 이후 미국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현대차가 최근 전속할부금융사((captive)인 현대캐피탈 아메리카가 정상 궤도에 오르면서 전체 자동차 구입 고객의 80%가 할부금융을 이용하는 미국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美시장서 질주하는 현대차…“올해 60만대 판매 목표”
22일(현지시간) HCA와 현대차 등에 따르면 미국시장이 지난 3월 이후 현대자동차 글로벌 판매 시장 가운데 중국과 한국 등을 제치고 가장 큰 시장으로 올라섰다. 이는 아반떼(미국 현지명 엘란트라)가 지난 5월과 6월 작년 대비 판매가 140%나 증가하면서 소형차 인기차종인 혼다 시빅과 도요타 코롤라 등을 제치는 등 미국내 현대차 판매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자동차의 미국시장 판매는 1998년 9만대 수준이었으나 작년 53만8천대로 늘었으며, 올해 6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앤하임의 현대차 딜러 재러드 하든은 “2009년 매달 평균 90대 정도를 팔았으나 작년에 180∼200대, 올해 300대를 판매하는 등 최근 매년 100%씩 성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가 자동차 판매시 제공하는 인센티브 비용도 작년보다 32%나 줄었다. 이는 업계 평균이 11% 감소하는데 그친 것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으로, 그만큼 현대차의 경쟁력이 높아진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현대차 측은 설명했다. 실제로 소나타의 올해 대당 평균 인센티브 비용은 1천295달러 정도로, 캠리(3천460달러)나 혼다 어코드(3천76달러) 등 경쟁차종들에 비해 절반 이하 수준이다.
중고차시장에서도 현대차의 약진이 눈에 띈다. 미국에서 중고차를 살 때 시세를 알아보기 위해 가장 많이 참고하는 캘리블루북(KBB)에서 가장 많이 찾아 본 차종(승용차 부문)을 조사한 결과, 혼다 시빅에 이어 현대차의 아반떼와 소나타가 각각 2,3위 차지했다.
아반떼의 3년 후 잔존가치도 지속적으로 커져 2009년5월 48%에서 지난 5월 57%로 높아졌으며 내년에는 63%까지 증가해 대표적인 소형차 시빅이나 코롤라를 넘어설 것으로 현대차는 전망했다.
◇ 현대차에 날개를 달아준 현대캐피탈…“공조마케팅 빛 발해”
이처럼 현대차의 중고차 가치를 높이는데 현대캐피탈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차는 종전에는 현금 할인을 인센티브 요인으로 활용했으나 이를 금융지원 혜택으로 흡수하면서 중고차 가격이 높아지고 있는 것. 신차를 살 때 3천 달러를 할인해 주면 중고차가격에도 그대로 반영돼 가격형성 때 3천달러 낮은 수준부터 시작하게 되지만 금융혜택은 직접적으로 중고차가격 형성에 영향을 주지 않아 사실상 중고차가격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공조마케팅도 빛을 발하고 있다.
크라프식 현대차 미주 법인 대표는 “금융위기 때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던 어슈어런스 프로그램(고객이 실직했을 때 차를 되사주는 제도) 아이디어도 HCA 직원이 낸 것”이라며 “매일 만나 아이디어를 공유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대차와 함께 성장을 거듭해 미국 자동차 금융할부시장 신차부문에서 HCA의 점유율이 1분기 5.59%나 돼 GM의 사실상 전속할부금융사인 앨라이와 혼다, 도요타, 포드 등의 전속 할부금융사에 이어 업계 6위 수준으로 올라섰다. 2008년 0.92%로 18위 수준이었다.
또 이는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나 체이스파이낸스 등 은행들과 폴크스바겐과 BMW, 메르세데츠-벤츠 등 유럽계 전속할부금융사들은 이미 뛰어넘은 것이다.
자산도 2007년 39억달러에서 지난 5월 기준 97억달러로 두 배 이상 성장했으며 올해 말까지 129억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익도 2009년 600만달러에서 작년 6천500만달러로 10배 이상 성장했다.
또 현대차 고객 중 55%가 HCA를 이용, 업계 평균을 웃돌고 있다.
미국은 자동차 구입 고객 80%가 금융지원을 이용하는 구조로 돼 있어 차를 구입할 때 딜러가 다양한 상품 가운데 가장 좋은 할부프로그램을 제시하게 되는데 현대차의 전속 할부금융사인 HCA는 현대차와 공조해 다양한 할부프로그램을 제시해 고객들을 유인하고 있는 따른 것이다.
HCA는 특히 금융위기 이후 다른 금융회사들이 꺼리는 리스 프로그램을 통해 현대차를 지원하고 있다. 리스 상품은 고객이 3∼4년 내 현대차를 다시 리스하거나 구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동차 메이커나 딜러들에게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밖에 딜러들이 고객에게 할부프로그램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기존 30분 수준에서 업계 최고 수준인 9.1분으로 낮췄다고 HCA는 소개했다. 업계에서는 15분 정도면 양호하다는 평을 받는다.
HCA의 원석준 법인장은 “할부프로그램의 승인 여부가 늦어지면 딜러들은 곧바로 다른 회사 프로그램을 고객들에게 제시하게 돼 신속한 결정이 매우 중요하다”며 “심사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자동승인비율도 35%나 되는 등 10여 가지 혁신을 통해 시스템을 개선했다”고 소개했다.
◇ 현대캐피탈, 美메이저 자동차할부사들에 도전장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JD파워의 딜러 만족도 조사 결과, HCA는 2008년 미국내 자동차할부금융사들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었으나 최근 웰스파고와 체이스 등 은행들을 제치고 도요타와 혼다, 포드 등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회사의 할부금융사들을 바짝 뒤쫓고 있다.
이는 2008년부터 금융위기에도 장기투자를 시작해 인력을 확충하고 서비스 개선에 노력했기 때문이라는 게 HCA의 설명이다. 2008년 이전에는 금융부문이 자동차 판매에 마이너스 요인이었으나 지금은 현대차의 지지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것으로, HCA는 만족도의 수준을 업계 3위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인력도 크게 늘어나 2008년 398명에서 현재 791명으로 증가했으나 딜러들은 최근 현대차 성장에 맞추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력충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할 만큼 확장세도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