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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軍성폭력 실태연합뉴스

안희환2 2011. 7. 24. 13:33

공개된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軍성폭력 실태

  • 연합뉴스

입력 : 2011.07.24 10:14 / 수정 : 2011.07.24 10:38

처벌중심 대처가 은폐 유발..사전교육이 중요
2차피해 방지위한 보호장치도 시급

“성기 주위에 분사식 살충제(’에프킬라’)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 “귀엽다면서 귀를 깨물었다”

최근 잇따라 터진 군대내 사건·사고와 관련된 병사들이 털어놓은 경험담들이다. 부대 내 성적 가혹행위가 공공연히 이뤄진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로 통하지만 군 당국은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군인권센터가 입수한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1년 반(2009년 1월∼2010년 6월) 동안 영내외에서 군인이 군인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러 입건된 사례만 71건에 달했다.

이 중 34건은 공소권이 없거나 기소유예를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피해자가 합의를 종용받거나 군 당국에서 소극적인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이유다. 사건 면면을 보면 이러한 의혹은 더욱 커진다.

◇“생활관 등 공개된 장소서 버젓이” = 군인 간 일어난 성폭력 71건을 분석한 결과 전형적인 ’계급구조’를 보였다. 가해자는 후임병에게 가해했고, 피해자는 선임병에게 당했다.

생활관과 복도, 체육관 등 공개된 장소에서 행위가 있었으며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장기간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이는 부대 내에서 성폭력이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A 병장은 2009년 1∼4월 “군기가 빠졌다”는 이유로 후임병 4명을 80여 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폭행했다. 후임병을 생활관 침대에 눕히고 성기에 치약을 바르거나 샴푸를 뿌려 거품을 내 손으로 만지는 등 강제추행했다.

B 상병은 2010년 4∼5월 모 일병과 함께 밤 경계근무를 서던 중 성행위를 강요하다 거부하는 피해자 앞에서 자위행위를 했다. 또 “구강성교를 해주지 않으면 분대원들을 갈구겠다”면서 협박해 강제추행하는 한편, 대검 손잡이에 피해자 성기를 끼우고 고무링을 감기도 했다.

◇“간부라고 예외 아니다” = 병사들을 지휘하는 간부들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이들은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위력을 행사했지만,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C 하사는 2009년 3월∼2010년 1월 병사들에게 친근감의 표현이라는 명목으로 병사 8명에 대해 성기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했다. D 중사는 2009년 4∼6월 모 일병을 사무실과 집으로 불러 “포상휴가를 보내주겠다”며 강제로 구강성교를 했다.

같은 해 6월 E 하사는 “컴퓨터에 사진 옮기는 것을 도와달라”며 모 상병을 숙소로 불러냈다. 상병을 침대에 눕히고 전기충격기로 무릎에 충격을 가해 엉덩이에 보디로션을 바르고 성기를 잡아 흔들거나 구강성교를 하는 등 강제추행했다.

간부가 하급자 부인을 성추행하는 사례도 있었다. 2009년 10월 F 원사는 모 중사 등 동료 간부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다가 합석한 중사의 부인에게 “앞으로 며느리로 생각하겠다. 맛있는 것 사줄 테니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달라”며 가슴을 만지는 등 추행했다. E 중사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남성 집단 사이에서 여성 간부는 훨씬 취약했다. 2009년 10월 G 중사는 “딸 같아 좋다”면서 모 하사(22.여)의 머리를 잡아당겨 뺨에 입을 맞추거나 자신에게 입을 맞추게 하는 등 추행했다. G 중사 역시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같은 해 6월 H 하사는 모 하사(22.여)의 집에 문을 열고 침입, 수건과 이불로 피해자의 얼굴을 싸고 주먹으로 폭행하고서 강간한 일도 있었다.

부대 내 성폭력이 ’사건화’ 되기 위해서는 직접 헌병대나 군검찰에 신고하지 않는 이상 소원수리함을 통한 보고, 부대정밀진단 등 자체 설문조사, 고충처리부서를 통한 신고 등 지휘관을 통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처럼 간부가 가해자일 경우 병사는 피해 사실을 털어놓을 통로조차 막혀버리는 셈이다.

◇“피해자 보호장치 시급”= 군대는 성폭력과 관련된 모든 것을 ’성군기 위반사고’라고 통칭한다. 군 관계자는 “분기 단위로 상급자에 대해 성과분석을 하고 가해자는 물론 감독자를 처벌해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처벌 중심의 접근이 군대 성폭력을 은폐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이경환 변호사는 “사건 자체만을 놓고 볼 때 처벌수위가 아주 낮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문제는 가해자뿐만 아니라 소속 지휘관까지 나서 인사상 불이익이나 불명예 등을 우려해 사건을 축소하거나 피해자에게 합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2004년 국가인권위의 실태조사에 참여했던 김엘리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보호장치가 시급하다”면서 “사건발생 집단에 교육을 실시하거나 경고조치를 하고 피해자가 원할 경우 보직변경이나 타부대 전출을 쉽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군 관계자는 “성 군기와 관련한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전문상담관을 확대배치하고 고충처리를 활성화하고 있다”면서 “온ㆍ오프라인으로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군조직만큼 성교육을 많이 하는 기관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병사들이 체감하는 바는 조금 다르다. 현재 군 복무 중인 한 병사는 “교육 횟수가 적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용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 극단적인 사례를 몇 개 보여주고 ’이렇게 하면 벌을 받는다’고 경고는 하지만, 실제 어떤 행동이 성추행의 범주에 들어간다거나 주변의 피해자를 어떻게 보듬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면서 “사건이 벌어져도 그냥 ’장난이었다’고 하면 끝”이라고 말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대규모 단위로 이뤄지는 형식적인 교육이 아닌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성폭력 예방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