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회장보다 나은 할아버지/ 안희환
요즘 가족들을 보면 정상적인 가족보다 비정상적인 가족들이 더 많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를 공경하고 섬겨야 할 자녀들이 부모를 부담되는 짐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낳은 자녀를 사랑과 희생으로 길러야할 부모들이 아직 어린 자녀를 방치하거나 버리는 일들도 종종 생기는 것이 현실입니다. 심지어는 어린 자녀를 학대하는 부모도 있으니 세상 말세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지경입니다.
한 몸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부 관계 역시 많이 무너져 버렸습니다. 고생하면서 남편을 뒷바라지 하는 아내의 모습을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남편들 역시 자신이 수고해서 처자식을 먹여 살린다는 생각보다 아내도 일을 해서 돈을 벌어오길 바라는 것이 보편적인 모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오래 참아가면서 피차가 다듬어지는 시간들이 있는 법인데 그런 과정과 시간을 견디지 못한 채 쉽게 갈라서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부모와 자녀, 그리고 부부 사이의 가족 관계도 깨어져 가는 상황이니 다른 관계는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시부모나 처가부모들에 대한 태도, 양쪽 집안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 등에 문제가 생기는 일이 허다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결혼하면서 혼수 문제로 충돌을 하는 경우도 많고, 결혼 이후에도 다양한 사안으로 다툼이 일어나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파국을 맞이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멀쩡한 가족을 찾기가 점점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 정도입니다.
최근에 그룹 경영권을 노린 며느리 이야기가 들립니다. 그 며느리는 시아버지인 회장님의 신임을 얻지 못한 남편을 돕기 위해 시동생과 시누이의 뒷조사를 시켰습니다. 더 나아가서 시부모가 가입한 예금계좌 등의 금융상품들 잔액을 알아내기까지 하였습니다. 그 며느리 못지않게 놀라운 것은 시아버지인 재벌 회장의 반응인데 며느리를 검찰에 고발해버렸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서로가 가족이라는 의식을 가질 수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법적으로만 가족일 뿐 정서적인 면에서는 남보다 못한 사이일 것입니다.
위의 추한 이야기와 달리 감동을 주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83세나 된 재일교포 할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그 할아버지는 1억 7000만원이나 되는 돈이 통장에서 빠져나갔음을 보고 덜컥 주저앉았습니다. 알고 보니 범인은 할아버지가 딸처럼 아끼는 62세의 조씨였습니다. 현금카드를 몰래 만들어 200여회에 걸쳐 큰돈을 빼간 것입니다. 놀랍게도 할아버지는 조씨를 처벌하지 말아달라고 간청하였습니다. 조씨는 그런 할아버지를 향해 평생 속죄하면서 피애액을 반환하고 김씨를 극진히 봉양하겠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분명 재벌가의 회장에 비해 가진 것이 많지 않은 분입니다. 대사회적인 영향력이나 인지도에 있어서도 회장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며느리를 고소한 회장보다 훨씬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입니다. 물질적으로는 회장보다 적게 가졌겠지만 심정적으로는 회장보다 더 큰 부자가 바로 할아버지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공동체성이 해체되고 돈에 의해 모든 관계가 좌지우지 되는 세상에서 할아버지가 보여준 삶의 태도는 한 줄기 빛처럼 가슴에 비춰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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