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세습에 입 다물고 있는 진보세력들/ 안희환
왕조도 아닌데 3대를 세습하는 나라가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대 후반의 어린 나이에 대장이라는 지위에 오르고, 정치의 중심에 설 수 있는 나라가 바로 우리 곁에 있다는 현실이 보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굶주림에 고통을 당하는 수많은 백성들 위해 군림하는 왕족 아닌 왕족, 바로 김정일과 김정은 부자입니다.
더 어처구니없는 현상은 그처럼 어린 나이에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 반열에 올라선 것도 모자라 온갖 매체를 동원하여 신격화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김정은이 정치, 경제, 문화, 역사, 군사에 모두 능통하다고 하니 세계적인 천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2년간의 유학 생활로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 4개 국어를 숙달했다고 하니 공부의 신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겠습니다.
이 정도 수준이면 국민들을 바보 천치로 아는 것입니다. 아니 전혀 안중에도 없는 것입니다. 유치원 아이들이라고해도 믿지 않을 일을 청장년들에게 믿으라고 강요하니 이건 사이비 종교보다도 더합니다. 하긴 주체사상교가 세계 10대 종교 가운데 들어간다고 하니 그 교주를 하나님처럼 떠받드는 것이 뭐 어려운 일이겠습니까? 다만 사이비 종교라도 교인들의 자발적인 헌신으로 유지되는 면이 있는데 주체사상교는 총과 칼로 찍어 누르는 가운데 유지되는 종교이니 그 심각성이 더할 뿐입니다.
그런 북한의 모습을 보면서 비판하기보다는 오히려 힘을 실어주는 중국의 모습이 낯설게 다가옵니다.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이 있지만 편들게 따로 있지 3대 세습을 편들다니 중국의 판단 능력이 정상적인지 의심스럽습니다. 하긴 엉터리인줄 뻔히 알면서도 자국에 이익이 된다면 모른척하던 중국이니 딱히 이상하게 생각할 것도 없습니다. 북한 편들어 주고 많은 것을 챙겨갈 수 있는 중국 입장에선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니까요.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 서방의 분위기도 생각보다는 냉랭합니다.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 늘 큰소리를 치던 이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북한의 권력 승계를 떠들썩하게 보도할 뿐 정신 나간 짓이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 생각보다 적습니다. 누가 이어받든 위협만 되지 않으면 상관없다는 실리추구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씁쓸한 국제 현실입니다.
제가 가장 한탄하는 부분은 우리나라 안에 버젓이 존재하고 있는 진보세력들의 침묵입니다. 이들은 장관의 자식이 특혜를 입었다며 난리를 피웁니다. 현 정부가 독재세력이라도 되는 듯이 방송을 장악한다느니 자유로운 언로를 막는다느니 하면서 공격합니다. 그러나 정작 국민들의 입을 꽁꽁 묶어버린 채 버젓이 3대 세습을 행하고 어린 김정은을 신격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일 뿐입니다. 정말 비겁하고 졸렬한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먹지 못해 죽어가는 많은 북한 아이들의 모습과 너무 잘 먹어서 살이 찐 김정은의 모습이 오버랩 됩니다. 김정일과 김정은 부자가 먹는 비용의 절반만 사용해도 수백 명의 아사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독재자들을 지도자라고 억지로 인정해야 하는 북한 동포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이렇게 떨어져서 비판의 말이라도 할 수 있는 입장에서도 답답함이 가득한데 정작 그 한 복판에 사는 사람들의 가슴은 오죽하겠습니까?
저는 이 나라 안에 살면서 이 나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온갖 파괴적인 말을 쏟아내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북한에 대해서도 날선 검처럼 예리한 비판을 가해보라고 말입니다. 북한에 대해 심정적으로 친근함을 느끼고 북한의 체제가 정상적이라고 생각된다면 차라리 북한에 가서 충성을 다하며 살라고 말입니다.
북한을 비판하면 남북경색을 가져올 뿐이라며 북한의 체제나 세습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사람이 이 나라의 정치 한 복판에 있다는 것이 속상합니다. 그런 사람에게 표를 던지며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화가 납니다. 그 동안 남북경색을 피해야 한다며 저자세로 임한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보면서도 엉뚱한 소리를 당당하게 하고 있다는 사실에 억장이 무너질 것만 같습니다.
정말 정신을 차려야할 때입니다. 어떻게 보면 정신 나간 세습으로 북한 국민들을 절망의 밑바닥으로 몰아가는 독재자들 이상으로 그것에 은근히 박수를 보내거나 심정적으로 동조하는 남한의 비뚤어진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문제입니다. 이들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각 분야에 들어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이 나라의 비극입니다. 이제 가려내야할 때입니다. 그것이 나라를 살리는 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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