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님의 자작나무에 대한 설명/ 안희환
채 목사님, 잘 내려가셨군요. 그런데 제가 그 사람인 줄은 어떻게 아셨나요? 목사님은 꼭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들만 하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날 모이신 분들이나 기획안을 보고 목사님의 역량에 또 한 번 놀랐습니다. 하시고자 하는 모든 일들에 주님의 기름 부으심이 함께 하실 줄 믿습니다.
참사랑(안희환)님, 사랑 가득한 글을 대하니 황망합니다. 부끄럽습니다. 두 분은 닮으신 점이 참 많습니다. 하나님 나라에 대한 폭넓은 시각과 그리스도와 민족에 대한 열정이 그것입니다. 부럽습니다. ‘자작나무’ 시는 너무 귀한 선물입니다. 아래 글로 제가 ‘자작나무’라고 글을 쓰는 생각을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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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의 변(辯)
광장에 들어오게 되면서 어떤 이름 뒤로 숨을까 고민하던 중 갑자기 ‘자작나무’ 생각이 났습니다. 심오한 뜻은 없습니다마만 몇 가지 이유는 가지고 싶었습니다. 먼저 자작나무는 제법 넓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인상적인 수피(樹皮)는 여름이건 겨울이건 눈처럼 하얀 껍질이 신비감을 주고 하늘을 향하여 시원스럽게 뻗은 키가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외모로만 그 나무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호리호리한 그 몸집은 볼품없지만 조금만 알아보면 제법 의미 있는 나무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 자신도 볼품없는 체구를 가졌지만 마음에 담은 뜻 몇 가지 가져보자는 생각이 첫째입니다. 자작나무의 쓰임새를 좀 살펴보니 본래 華燭을 밝힌다는 말도 자작나무(樺-華) 껍질에 불을 붙여(燭) 어둠을 밝히고 행복을 부른다는 뜻이라네요.
민간과 한방에서도 무병장수의 다양한 약재로 사용되며 러시아에서는 거의 만병통치약과 같이 쓰인답니다. 목재가 단단하여 팔만대장경의 일부도 이 나무의 신세를 지고 있답니다. 그리고 오래 전 읽은 이규태 코너에서는 샤먼(shaman)이 사용하는 神木이라 합니다. 우리의 아픔을 치유하고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나무라 할까요?
나무는 죽어 속은 다 썩어 없어져도 껍질은 원형대로 남아 있어 수백 년이 지나도 썩을 줄을 모른답니다. 그래서 천 수 백 년을 버틴 경주 천마총 그림의 바탕 재료도 바로 이 자작이랍니다. 지금도 러시아에서는 자작 껍질에 새긴 명함을 쓰는 멋쟁이가 있다네요. 별 볼 일 없는 나무가 아니지요(사실 모든 나무가 다 귀하디 귀한 뜻과 목적을 가지고 있지요).
그래서 그럴까요? 안도현은 자작나무가 사람보다 낫다고 합니다. 좀 심하지요. 하지만 왜 그렇게 말하는 지 한 번 들어보시지요.
자작나무의 입장을 옹호하는 노래
저 도시를 활보하는 인간들을 뽑아내고 / 거기에다 자작나무를 걸어가게 한다면 / 자작나무의 눈을 닮고 / 자작나무의 귀를 닮은 / 아이를 낳으리.
봄이 오면 이마 위로 / 새순 소록소록 돋고 / 가을이면 겨드랑이 아래로 / 가랑잎 우수수 지리.
그런데 만약에 / 저 숲을 이룬 자작나무를 베어내고 / 거기에다 인간을 한 그루씩 옮겨 심는다면 / 지구가, 푸른 지구가 온통 / 공동묘지 되고 말겠지.
처음 자작나무 숲을 본 것은 좋아하여 여러 차례 본 영화인 데이비드 린 감독의 ‘닥터 지바고’의 영상에서입니다. 장쾌한 툰드라의 설원을 지나 끝 모를 자작나무 숲이 펼쳐지니 신비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오마 샤리프의 기구한 인생 등. 또 학창시절 너무나 좋아했던 도스토옙스키, 라흐마니노프의 나라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러시아에 가보지 못한 것이, 영화 ‘챠이코프스키’와 ‘러브 오브 시베리아’를 못 본 것도 아쉽습니다. 거기에도 웅장한 음악과 함께 자작나무 숲이 나온다 합니다. 러시아에 가보신 분들은 광대한 그 나라의 이 곳 저 곳에 있는 이 숲들을 꼭 이야기합니다. 언젠가 여유와 기회가 되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보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우리네 대관령 옛길 마루에도 작은 자작나무 숲이 있습니다. 어느 겨울날 그곳을 지나며 애련히 서있는 그들을 안스러이 본 적이 있습니다. 하나하나로서는 참으로 보잘것없지만 나무가 나무에게 ‘우리 함께 모여 숲을 이루자’고 말하는 듯, 무리 지어 말없이 눈을 맞고 있는 대견하고 대단한 자작나무들...
하여 자작나무에 대한 사의(寫意)를 한 마디로 말하라 하면 찬 서리 매운바람 같은 인생에 홀로 눈물 나게 부닥뜨리는 애련, 난 혼자서는 설 수도, 살 수도 없어요 라는 절규, 그래서 함께 마주 하여 버티고자 하는 초청과 같습니다. 그리고 차갑고 외로운 곳에 있지만 나도, 우리도 나무입니다라고 항변하는 외침이랄까 그런 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작나무란 저에게 아득한 동경(憧憬)과 같습니다. 꿈에 그리는 풍경(風景)과 같습니다. 무언가를 애달도록 소원하는 바람과 같답니다. 그런 나무 한 그루되어 愼獨(신독)하기를 원하는 마음과 같답니다. 그리고 이제 좀 쓸모 있는 나무되어야지 하는 다짐 같기도 합니다. 자작나무의 변(辯)이 좀 거창하게 되었네요. 거창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어 그렇게 바라며 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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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제가 자작나무로 쓴 사행시입니다.
자그만 나무 한 그루
작심한 듯 허리를 펴더니 하늘 본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외침인 듯 외친다.
무리지은 참새 떼가 놀라 날아간다.
자유라는 건 묶이지 않겠다고
작정한 이에게만 주어지는 것
나무는 굴레를 벗어나 뻗어 올라간다.
무지개가 나무 중턱에 걸린다.
자작나무님
자작나무로 지은 사행시입니다.
늘 제게 따듯한 격려를 해주시고
큰 형님처럼 용기를 주시는 자작나무님
늘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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