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목회단상

인사도 안 받고 가는 권사님에게/ 안희환

안희환2 2007. 11. 23. 13:49

인사도 안 받고 가는 권사님에게/ 안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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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참으로 존경하는 목사님 한 분이 계십니다. 그분은 제가 신학대학에 다닐 무렵 학교에서 헌법을 가르치시던 분인데 지금은 연세가 많으셔서 은퇴를 하셨습니다. 키가 작으신 반면 목소리가 굵고 따듯한 분이신데 목회자가 어떤 태도로 성도들을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귀한 가르침을 몸소 보여주셨던 분입니다.


어느 날 그 목사님이 한 교회의 담임목사로 부임해 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목사님이 부임해 가신 교회는 몇 차례의 어려움을 겪었던 교회인데 담임목사가 반복해서 바뀔 만큼 목회하기가 어려웠던 곳입니다. 교세는 현저하게 줄어들어 100여명 겨우 남은 상황이었습니다. 이미 60세가 넘으신 분이 뭐 하러 그처럼 힘든 교회에 부임해 가실까 하는 의문이 들었을 정도입니다.


들려오는 소식은 역시나 였습니다. 교인들이 마음을 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목회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세 드신 목사님은 포기하지 않으시고 교인들을 사랑으로 품으셨다고 합니다. 인사도 하지 않고 그냥 가버리는 권사님(집사님?)이 있으면 뒤쫓아 가셔서 활짝 웃으시며 “머리 희끗한 노인네가 이러는데 그냥 가면 됩니까?”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교회에는 변화의 조짐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얼음같이 차갑던 교인들의 마음들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老목사님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서로간의 신뢰가 회복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에 따라 예배에 참여하는 회중들은 점점 늘기 시작하였습니다. 떠났던 교인들이 돌아오기도 했을 것이고, 새로운 교인들이 들어오기도 했을 것이고, 전도된 사람들이 생기기도 했을 것입니다.


연세 드신 목사님은 교회가 안정된 후 은퇴를 하셨습니다. 그 교회에는 젊은 목사님이 담임목사님으로 부임하셨습니다. 새로 부임하신 그 목사님은 제가 신학대학에 입학했을 때 총학생회장을 하시던 분인데 저보다 8살 연상이고 기도와 말씀에 집중하시던 분입니다. 목사님은 최선을 다해 목회를 하셨고 교회는 이제 500여명이 출석하는 든든한 교회가 되었고 여러 가지 귀한 사역들을 감당해 나가고 있습니다.


교회라고 하는 공동체가 한 사람에게 너무 집중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볼 때 목회자 한 사람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제대로 된 목회자 한 사람으로 인해 교회가 힘을 낼 수 있는 반면, 엉터리 목회자 한 사람 때문에 교회 전체가 어려워지고 많은 교인들이 상처를 받고 사회에서 매도당하는 교회로 몰락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아무튼 저로서는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목회자의 인내와 사랑, 겸손과 온유함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소망을 줄 수 있으며 교회를 힘 있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 자신이 그 老 목사님과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천박한 인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인사도 안 받고 쌀쌀맞게 지나가버리는 이를 쫓아가서 활짝 웃으며 따듯하게 말해줄 수 있는 능력이 제게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부터 그와 같은 모습을 배워 가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창조주이시면서도 피조물인 인간들이 조롱하고 때리고 십자가에 못 박을 때 사랑으로 포용하셨는데 예수님의 종 된 사람들이 자존심 내세우고, 혈기부리고, 제 기분대로 행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맡겨주신 영혼들을 위해, 교회 공동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목회자가 될 수 있다면 그 보다 큰 복은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