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사랑이야기

여자 아이가 사고로 죽다/안희환

안희환2 2007. 6. 18. 08:07

여자 아이가 사고로 죽다/안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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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7일 저녁에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느닷없이 사고 소식을 알려주었는데 여자 아이 하나가 그날 차에 치어 죽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좁은 길에서 자동차가 빠르게 지나가다가 여자 아이 하나를 쳤는데 피를 너무 많이 흘려죽었다며 절 보고 골목 다닐 때 천천히 다니라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볼일을 다 보고 집에 돌아간 후 아내에게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젊은 남자 하나가 소나타 승용차를 타고 가는데 놀이터에서 어머니와 함께 놀던 여자 아이가 도로 쪽으로 뛰어나왔고, 미처 브레이크를 밟지 못해 달리던 차가 그 여자 아이를 쳤는데 머리를 부딪쳤는지 코로 피를 쏟았는데 바닥에 흥건하게 고였었다고 합니다.


그 일이 일어난 때는 6월 17일 오후이고 사고가 발생한 곳은 독산동인데 저녁에는 현장검증을 위해 차고를 낸 운전자가 수갑을 찬 채로 경찰들과 함께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마음이 영 불편해졌습니다. 가슴 한 구석이 답답한 게 얹힌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참으로 끔찍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졸지에 어린 딸을 잃은 어머니의 마음이 얼마나 찢어질까 하는 생각을 하니 제 마음이 아팠습니다. 피투성이가 된 딸아이를 안고 오열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보였습니다. 아마 자기 눈앞에서 사고를 당하고 죽어간 딸의 모습을 일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 광경이 떠오를 때마다 미칠 듯이 괴로울 것입니다.


또 한 면에서는 사고를 낸 운전자도 불쌍한 사람입니다. 부주의하게 운전한 책임이 있다 하더라도 그처럼 여자 아이 하나가 생명을 잃게 될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감옥에 가게 되겠지만, 그것 하나만 가지고도 너무 큰 일이 되겠지만 그보다 더욱 한 어린 생명을 죽게 했다는 자책감을 평생 안고 살아야할 그 사람을 생각하니 안쓰럽기가 그지없습니다. 그 얼마나 불행한 일입니까?


제 아내는 자신이 그 양쪽 중 한 경우가 된다면 기절했을 거라고 합니다. 우리 아이가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하든지, 아니면 남편인 내가 그런 끔찍한 사고를 내든지 한다면 그걸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것입니다. 정말 내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그 사건이 더 크게 다가왔는데 하루가 지난 시점에서도 너무 안됐다는 생각이 끊이지를 않습니다.


사실 제 경우 운전습관이 좋은 편이 못됩니다. 차를 빨리 모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골목 같은 곳에서도 빠르게 차를 몰곤 하는 저를 보고 아내가 잔소리를 종종 합니다만 그래도 조심해서 하는 것이라며 잘 듣지를 않았는데 처참한 사고 소식을 들은 후 정신이 바짝 듭니다. 조심하는 중이라고 해도 아이들은 불쑥 튀어나오기 쉬운 법인데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 정말 큰 일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고를 낸 후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은 둘째 문제이고 한 사람의 생명을 잃게 하고 그로 인해 그 가족으로 하여금 소중한 사람을 잃은 슬픔에 잠겨들게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못할 짓인데 앞으로 조심해야겠습니다. 부디 소중한 딸을 잃은 그 가족이 빨릴 슬픔을 극복하고 힘을 내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