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주목받는 링컨의 포용 리더십
암살 장소인 포드극장은 36시간 연속으로 개방, 유물전·학술대회 잇따라
오바마는 링컨 특히 존경… 링컨 따라하기 정책 많아
15일 오전 7시 22분(한국 시각 15일 오후 8시 22분)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 있는 포드 극장에서는 남북전쟁 당시 복장을 한 군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화 헌정식이 열렸다. 150년 전 암살자의 총을 맞고 사경을 헤매던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년·16대) 대통령이 서거했던 바로 그 시각이다. 오전 8시에는 교회들이 일제히 추모의 종을 쳤다. 연방정부는 성조기를 반쯤 내린 조기(弔旗) 형태로 내걸었다. 흑인 노예 해방의 주역 링컨의 서거일을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공식 추모일로 선언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생전에 링컨 대통령이 이뤄낸 게 너무 많다. 그가 상징했던 통합과 공존, 평화를 이 땅에 다시 부활시키자"고 말했다. 아직도 백인 경관이 비무장 흑인에게 총격을 가하는 등 흑백 차별이 여전한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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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사진 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4일 링컨 대통령 암살 150주기를 하루 앞두고, 15일을 링컨 대통령 추모일로 지정했다. 왼쪽은 미 의회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링컨 대통령 사진. 링컨 대통령은 1865년 2월 5일, 암살당하기 두 달여 전에 이 사진을 찍었다. /AP 뉴시스
서거 150주년을 맞아 링컨이 암살당한 포드극장은 14일부터 일반인에게 36시간 연속해서 개방했다. 링컨의 목숨을 앗아간 총을 비롯해 그의 유물을 모은 '조용한 목격자: 링컨 암살 유물전'도 열고 있다. 특히 링컨극장 내 리더십 교육 센터는 세계에서 출간된 링컨 관련 서적 1만5000권을 3층 높이 탑으로 쌓아 일반에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지도자와 유산: 링컨 전 대통령과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라는 주제로 인권 향상에 평생을 바친 두 인물을 비교하는 행사도 열었다. 워싱턴DC뿐만 아니라, 암살 당시 링컨이 앉았던 포드극장 의자를 소유한 미시간주(州)의 헨리 포드 박물관은 15일 이 의자를 야외에서 공개했다.
미국 언론이 일제히 링컨의 인생과 업적을 되돌아보는 이유는 링컨이 갖는 통합과 화합, 민주주의에 대한 열정 때문이다. AP통신은 "링컨 사망 후 150년이 지났지만, 그의 유산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링컨은 공화당이었지만, 민주당 출신의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 '링컨은 우리 사람'이라고 선언할 만큼 상징적 인물"이라고 칭송했다. 그러면서 '보통 사람과의 유대'가 강한 그를 리더의 모델로 평가했다.
실제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가 미 정치학회 대통령·행정정치 분과 소속 회원 391명을 대상으로 최근 한 설문조사 결과, 링컨은 100점 만점에 95점을 얻어 1위였다. 2위는 조지 워싱턴, 3위가 루스벨트였고, 오바마 대통령은 18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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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책’으로 만든 북타워 - 미국 워싱턴DC 포드극장 리더십 교육센터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암살 150주년(15일)을 맞아 링컨 대통령에 관해서 쓴 책을 쌓아 만든 10m 높이의 북타워. 지난 150년간 출판된 링컨 대통령 관련 서적은 세계에 1만5000여종에 달한다. 포드극장은 링컨 대통령이 살해당한 곳으로 현재 국립 사적지로 보존되고 있다. /링컨센터 제공
링컨이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물리쳤던 윌리엄 슈어드를 국무장관으로 '모시는' 등 정치적 라이벌들과 한 팀을 꾸려 정치적 목표를 이뤄낸 것처럼,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 경선에서 자신에게 패했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임명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불법체류자들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한 '드림액트법'은 링컨이 1862년 도입했던 '홈스테드법(5년간 농사를 지으면 토지 소유권을 인정해주는 법)'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최근 이란과의 핵 합의에 대해 공화당 주도 의회가 한때 극렬 반대하면서 거부권 논란이 일었지만, 물밑 협상을 통해 합의에 이른 것도 링컨 추모일을 앞두고 통합의 정치력을 발휘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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