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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을 살려주세요" 교내 사이트 글 한줄에… 조개구이 먹다, 공부하다 달려온 다섯 학생

안희환2 2015. 7. 9. 12:32

형을 살려주세요" 교내 사이트 글 한줄에… 조개구이 먹다, 공부하다 달려온 다섯 학생

 

 

밤 10시 'SOS 글' 남겼는데 13시간만에 수혈자 다 구해

'우리 형이 백혈병을 앓고 있습니다. 살려주세요.'

지난 2일 오후 10시 28분 서강대학교 학생 인터넷 게시판에 한 재학생이'한 명이 헌혈할 때마다 형이 24시간을 버틸 수 있다'며 헌혈자를 찾는 글 하나를 올렸다. 작성자의 친형 이민성(가명·26)씨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려 지난달 26일 백혈구를 다시 생성하기 위한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부작용으로 조혈모세포가 민성씨 세포를 공격하는 '숙주 반응'이 나타나 급히 백혈구 수혈을 받아야 할 상황이었다. 민성씨의 혈압은 50(정상 수치 120)으로 떨어졌고, 40도에 달하는 고열로 온몸에 붉은 반점이 생겼다. 백혈구 성분 헌혈은 흔치 않아 혈액은행에서도 구하기 어려워 민성씨의 동생이 도움을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이 시각 서강대 4학년 김민건(23·기계공학과)씨는 친구들과 인천에서 조개구이를 먹고 있었다. 김씨는 스마트폰에서 이 글을 확인하자마자 함께 있던 후배 장희웅(21·컴퓨터공학 3년)씨와 민성씨가 치료 중인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으로 향했다. 자정을 넘겨 3일 오전 1시에 병원에 도착한 이들은 기초 검사를 받고 헌혈해 오전 6시쯤 이씨는 백혈구를 수혈받았다.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거나 친구들과 모임을 갖던 신건우(24·기계공학 3년)·이재홍(25·수학과 4년)·김예찬(20·국제한국학과 2년)씨도 병원으로 달려와 민성씨를 위해 헌혈에 나섰다. 덕분에 민성씨 동생이 인터넷에 글을 올린 지 13시간 만에 수혈자를 모두 구해 형을 살릴 수 있었다.

윤성수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수혈이 조금만 늦었어도 민성씨 목숨이 위험할 뻔했는데 학생들의 헌혈 덕분에 위험한 시기를 잘 넘겼다"고 했다. 민성씨는 현재 정상 혈압으로 돌아와 무균실에서 회복 중이다. 민성씨의 아버지(56)는 지난 10일 서강대 학생 커뮤니티에 '서강대 학생들 덕분에 아들이 새 생명을 얻었다. 이 사랑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감사 글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