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자작시

내가 누군 줄 알고 감히.../안희환(시인마을 발행인)

안희환2 2014. 10. 2. 17:40

내가 누군 줄 알고 감히.../안희환(시인마을 발행인)

 

고귀한 의원들을 걸어오게 했다며 수행 공무원을 발로 찬 현역 구의원 이야기가 기사로 나왔다. 허시영(42·무소속) 대구 달서구의회 운영위원장 이야기다. 배경은 다음과 같다. 허 의원이 동료 구의원과 함께 타시도의회 비교견학을 목적으로 전남 무안군을 찾았다. 일정을 마치고 의원들은 숙소 인근의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일부는 걸어서, 나머지는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그 후 허의원이 아무런 보고도 없이 어두운 밤에 위험하게 의원들을 걸어오게 했느냐며 의회사무국 직원 박모(56·5급) 전문위원의 정강이를 발로 찬 것이다.

 

 

달서구청 노조는 그 일과 관련하여 구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허 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상황이 좋지 않자 허시영(42·무소속) 대구 달서구의회 운영위원장은 달서구의회에서 본회의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의회 비교견학 당시 부적절한 행동을 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 ...이번 일로 의회에 부담을 안긴 점과 공무원을 천직으로 삼고 묵묵히 일하고 있는 달서구청 직원들에게 깊은 상처를 준 점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밝혔다. 재미있는 사실은 의원직이나 운영위원장 사퇴에 대한 언급이 일절 없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한다. 술집에서 난동을 부린 것도 모자라 경찰관마저 때린 현직 이모(51·사법연수원 25기 )부장판사 이야기다. 이모(51·사법연수원 25기 )부장판사는 강남구 역삼동의 한 술집에서 지인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 그 후 가게를 나서려다 종업원이 술값을 요구하자 종업원을 폭행했다. 그 뿐이 아니다. 부장판사는 난동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때리기도 했다. 경찰 따위가 높으신 부장판사를 못 알아본다는 생각이 열이 난 모양이다.

 

이 부장판사는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됐다. 대법원은 수원지법 안산지원 이모(51·사법연수원 25기) 부장판사를 창원지법으로 전보 발령했다. 문책성 인사를 한 것이다. 형사 절차와 별도로 사실관계 확인 정도에 따라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와 별개로 경찰은 이 부장판사에 대한 조사를 끝낸 뒤 조만간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판결을 내리던 위치에서 이제 재판을 받아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구의원도 그렇고 부장판사도 그렇고 완장을 차고 있으니 보이는 것이 없는 모양이다. 위치가 있을수록 더 겸손한 자세로 국민들을 섬기는 것이 마땅하건만 내가 누군데 대접이 그 모양이냐는 식의 교만을 떨고 있으니 그 꼴이 참 우습다. 문제는 그처럼 추태를 보이고도 여전히 높은(?) 자리에 앉아 떵떵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들을 업신여기거나 함부로 취급하는 것에 대한 강력한 응징이 없으니 같은 모습이 되풀이 되는 것이다.

 

 

어디 구의원이나 부장판사뿐이겠는가? 국회의원, 검사, 고위 공무원, 기업인 등 보통 사람들보다 낫다고 생각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다 해당되는 사항일 것이다. 높아질수록 겸손해지도 다른 사람들을 귀하게 여기며 섬기는 삶의 태도를 보인다면 그 만큼 사랑과 존경을 많이 받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위치에 따른 대접이나 영향력 행사보다는 그 만큼 더 책임을 느끼는 지도자들이 많아질 때 이 나라는 보다 더 좋은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