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투를 찾아다니는 유령/ 안희환
(문학과 성경의 만남)
작달막한 키에, 얽은 곰보 얼굴에, 불그레한 머리칼에, 근시이고, 대머리이기까지 한 아카키는 관청에 근무하는 하급 공무원이다. 못생기고 직급이 낮은 그를 존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는 수위들조차 아카키가 들어오면 일어날 생각도 하지 않고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젊은 문관들도 그를 조롱하거나 비웃기 일쑤였다. 그러나 아카키는 그의 눈앞에 아무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문서를 베껴 쓰는 일에만 열중했다.
그런 그에게 간절한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혹독하게 추운 겨울을 보낼 수 있는 외투를 한 벌 마련하는 것이었다. 외투가 비쌌기 때문에 아카키는 돈을 절약하여 모으기 위해 엄청난 금욕생활을 했다. 매일 밤마다 마시던 차 마시기를 그만두었고, 밤에도 초를 아끼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있을 때면 하숙집 주인여자의 방에 가서 했다. 신발 뒤축이 닳지 않게 하기 위해서 발 뒤꿈치를 들고 다녔다. 나중에는 저녁을 굶었다.
외투를 가지게 될 생각만 하면 희망으로 가득한 마음이 되었던 아카키에게 드디어 외투를 장만하는 날이 왔다. 그는 재봉사에게 외투를 받아온 후 기쁜 마음으로 거리를 걸었다. 그 날은 아카키에게 일생일대의 축제와 마찬가지였다. 그는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황홀한 눈으로 외투를 바라봤고 행복한 기분이 됐다.
새외투를 입던 날 아카키는 과장의 명명일 파티를 마치고 인적이 드문 거리를 지나게 됐다. 그 앞에 강도들이 나타났다. 얻어맞은 후 정신을 잃었다가 정신이 돌아온 후에 보니 외투가 사라지고 없었다. 아카키는 경찰서장의 집으로 찾아갔지만 겨우 외투 따위를 찾으려는 아카키는 요청은 관심 밖의 대상이었다.
실망에 빠진 아카키에서 사람들은 “유력한 인물”을 찾아가 진정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충고했다. 아카키는 힘들게 “유력한 인물”을 만났고 외투를 다시 찾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고관인 “유력한 인물”은 아카키의 청이 너무 무례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아카키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네, 일에는 순서가 있다는 걸 모르나? 여기가 어딘 줄 아나, 응? 그런 것은 먼저 사무과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그 진정서가 과장과 국장을 거쳐서 비서관에게 가야 하는 게야. 그러면 그 비서가 검토를 한 후에야 나한테 넘어오는 거야. 자네는 지금 누구하고 얘기하고 있는 줄이나 아나? 내가 누군 줄이나 아냔 말이야, 앙?”
당황한 아카키는 “유력한 인물”의 방에서 나왔다. 그는 충격으로 열병을 앓게 되었고 결국 죽고 말았다. 그 후 관리의 모습을 한 유령이 거리에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그 유령은 외투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어느 날 “유력한 인물”이 마차를 타고 가다가 그 유령을 만났는데 유령은 “드디어 네 놈을 만났구나. 네 외투가 필요해”라고 외쳤고 “유력한 인물”은 외투를 벗어던지고 도망쳤다. 그 후로 유령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게 되었다.
위의 이야기는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이의 작품인 [페데르부르그 이야기]의 “외투”편에 나오는 내용이다. 사실 작품 속의 “유력한 인물”이 보여주는 태도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 세상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이 높은 사람을 만나기가 얼마나 어려우며 그에게 말을 건다는 것은 얼마나 더 어려운 일인가? 게다가 그가 애절한 소망을 풀어준다는 것은 기대하기조차 어렵다.
감사하게도 “유력한 인물”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높으신 만 왕의 왕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찾아 다가오는 사람들을 단 한 사람도 외면하지 않으신다. 그는 부자만이 아닌 가난한 자들의 친구이며, 힘 있는 사람만이 아닌 힘없는 이들의 의지이며, 어른만이 아닌 어린 아이들을 용납하신 분이며. 의인만이 아닌 죄인까지도 품어주시는 분이시다. 예수님이 “유력한 인물”과 전혀 다른 온유하고 겸손하신 분이기에 정말 다행이다.
“예수께서 들으시고 그들에게 이르시되 건강한 자에게는 의사가 쓸 데 없고 병든 자에게라야 쓸 데 있느니라 나는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 하시니라”(마가복음 2장 17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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