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목회단상

목회자들이여 돈의 공사를 구분하라/ 안희환

안희환2 2012. 7. 10. 14:24

목회자들이여 돈의 공사를 구분하라/ 안희환

 

 

개척을 해본 사람은 개척 초창기에 교회 재정과 목회자의 재정을 구분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교회 재정이라고 해봐야 교회가 유지되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만큼 적기 때문에 어떻게든 교회 살림살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목회자 혹은 사모가 발 벗고 나서야 하는 게 개척교회의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교회 재정을 따로 집행할 것도 마땅하지가 않은 것이다.

문제가 교회가 성장해가는 와중에 교회의 재정과 목회자의 수입이 구분이 되어야 하는데 구분되지 않은 채로 계속 이어져가기도 한다는 것이다. 결국 공사(공과 사)의 구분이 희미해진다. 목회자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재정과 교회의 동의를 거쳐 정당하게 지출해야 할 재정 사이의 구분이 모호해져버리는 것이다. 교인들 입장에서도 쉽게 나서서 문제를 바로 잡을 수 없는 것이 그런 현상이 개척 초기부터 해오던 관행으로 이미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며 개척한 목회자의 위치가 교회 내에서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교회 재정과 목회자의 수입 사이의 과감한 분리가 필요하다. 예산으로 정해진 목회자의 생활비는 목회자의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사용하되 교회 재정은 제대로 된 결의 과정을 거친 후 투명하게 사용되어야 하며 사후 보고도 분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대로 하던 것이 익숙한 상황에서 스스로에게 제약을 두어야 하는 목회자의 입장이 갑갑하게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목회자와 교회 공동체 모두에 유익하다.

분리가 이루어져야 할 때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교회가 계속 성장하게 되면 목회자는 규모가 커진 교회에서 제왕이라도 되는 듯이 군림할 여지가 생긴다. 돈의 움직임에 따라 사람도 같이 움직이고 힘도 주어지는 것은 세상이나 교회나 마찬가지인데 목회자가 양떼를 돌보는 본연의 사명을 망각한 채 자신에게 주어진 힘을 즐기는 것에 중독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 몇몇 대형교회에서 볼 수 있었던 재정 사고는 다 공사를 구분하지 못한 어리석음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던가?

최근의 한 교회는 담임목회자의 재정 유용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목회자는 법적 처벌을 받아 전과자가 되었으며 교회는 목회자를 지지하는 쪽과 목회자를 반대하는 쪽으로 나뉘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떠났으며 교회는 한없이 약해져버리고 말았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언론에 그 교회의 상황이 보도되면서 교회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더 싸늘해져버렸다는 것이다. 당연한 결과로 전도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하나님의 종으로 살기로 작정했다면 물질의 종이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해야 한다. 주님은 물질과 하나님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고 분명하게 말씀하시지 않았는가? 위대한 사도 바울조차 날마다 자신을 쳐서 복종하게 함은 복음을 전한 후에 도리어 자신이 버림을 받을까 두렵기 때문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 누구라도 유혹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으며 넘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할 때 아예 구조적으로 재정을 유용할 유혹의 길을 차단하는 것이 지혜롭다고 생각한다.

돈 때문에 망한 발람의 모습은 과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물질을 탐하다가 나병에 걸렸던 게하시의 예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목회자들이 그와 같은 성서 인물의 비참함을 반면교사로 삼아 물질의 종이 아닌 하나님의 종으로 서야하지 않을까? 주님의 일을 한다고 모든 것을 포기해놓고는 다시 놓았던 것을 움켜쥐고자 발버둥치는 것은 말 그대로 코미디다. 단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가 아니라 통곡하게 만드는 코미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