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자작시

겨울나무에게/ 안희환

안희환2 2012. 2. 9. 21:51

겨울나무에게/ 안희환

사진 한 장으로(295)

 

 

겨울나무는 초라하다.

무성한 잎사귀들을 잃었다.

사람을 홀리던 맛 좋은 과실도

매달지 못할 만큼 힘이 없다.

털 잃은 강아지처럼 왜소한

팔 다리가 찬바람에 떤다.

찾아오던 철새마저

따듯한 곳으로 떠나간 후

뿌리는 땅 속에 잠이 든다.

불러도 대답 없는 겨울 하늘에

삿대질을 해보지만 공허하다.

지친 가지도 잠이 든다.

잘 자두어라 겨울나무야.

잠은 절반 죽은 게 아니라

내일을 위한 소중한 준비이니.

잠에서 깨는 날 하늘도 깨고

먼저 찾아와 말을 걸 테니.

행복한 꿈을 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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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경주 양동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