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에게/ 안희환
사진 한 장으로(295)
겨울나무는 초라하다.
무성한 잎사귀들을 잃었다.
사람을 홀리던 맛 좋은 과실도
매달지 못할 만큼 힘이 없다.
털 잃은 강아지처럼 왜소한
팔 다리가 찬바람에 떤다.
.
찾아오던 철새마저
따듯한 곳으로 떠나간 후
뿌리는 땅 속에 잠이 든다.
불러도 대답 없는 겨울 하늘에
삿대질을 해보지만 공허하다.
지친 가지도 잠이 든다.
.
잘 자두어라 겨울나무야.
잠은 절반 죽은 게 아니라
내일을 위한 소중한 준비이니.
잠에서 깨는 날 하늘도 깨고
먼저 찾아와 말을 걸 테니.
행복한 꿈을 꾸어라.
___________
사진/ 경주 양동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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