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1.04 17:26
“올해는 니가 가라, 대학”..위장 입학 총학생회장 차지
전남의 모 전문대학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실태는 이 보다 더 광범위한 대학에서 벌어진 것으로 알려져 충격이 적지 않다.
광양시내 폭력조직 L파 행동대장인 김모(37)씨가 모 대학 총학생회를 ’접수’한 것은 지난 2004년.
서른을 갓 넘긴 나이에 등록금만 내면 사실상 입학이 가능한 점을 악용, 어엿한 사회복지학과 대학생이 됐다.
나이와 연륜을 간판으로 이후 총학생회장까지 당선된 김씨는 신입생 MT나 오리엔테이션 등을 관리하는 학생회 비용이 만만치 않은 사실을 알았다.
부업으로 간판제작 일을 하면서 대학 총학생회가 제법 쏠쏠한 돈을 굴린다는 사실도 안 후였다.
더욱이 간이 영수증 등으로 사용 내역을 손쉽게 조작해도 누구하나 시비를 건 경우도 없었다.
2년간 학생회비를 빼돌린 김씨의 행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손쉬운 돈벌이를 안 김씨는 대학 졸업후 다른 조직원을 학교에 입학시켜 회장 자리까지 물려줬다.
L파와 직간접적 연계된 사람들이 8년 연속 이 대학 총학생회장을 배출하는 진풍경까지 연출됐다.
학생회 참여에 의욕이 있는 학생들은 사전에 포섭하거나 협박, 포기하도록 하고 아예 단독후보를 냈다.
’대학생 뱃지를 단 조폭’을 구하기 어려울 때는 말을 잘 듣는 일반 학생을 대리인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이런 방법으로 8년간 빼돌린 액수는 확인된 것만 3억7천만 원.
이들은 대리인으로 내세운 학생회장 등으로부터 매년 수천만 원을 상납받아 조직원의 변호사비, 영치금, 단합대회 비용 등으로 쓴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상납 의심을 피하기 위해 돈거래는 학생회 측이 김씨가 차린 유령 광고회사에 광고대행비나 행사비를 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돈은 김씨 부인이나 자녀, 제 3자의 계좌를 통해 오가는 등 이른바 돈세탁도 했다.
일반 학생들은 그동안 학생회장들이 조폭이었다는 말에 할말을 잊었다.
졸업생 A(28)씨는 “전문대학이라 다른 일을 하다가 뒤늦게 공부를 하기 위해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많다. 학생회장도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인 줄 알았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교수와 직원들은 총학생회장이 조폭인 것을 알면서도 쉬쉬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학생회 일을 하는 일부 학생이나 교수들은 이들이 조폭인지 알고 있었지만 보복이 두려워 말을 하지 못했다”며 “학교폭력의 성인판”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 조직의 여죄를 캐는 한편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확대했다.
한편, 전남 광양경찰서는 4일 폭력조직원들을 모 전문대학 총학생회장으로 당선시키는 방법 등으로 총학생회를 장악, 학생회비를 상납받은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단체구성)로 김씨 등 광양시내 속칭 L파 조직원 9명을 구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