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경 400㎞로 대륙 휩쓸어 300만 가구 전력 공급 끊겨
최소 10명 사망… 군대 투입
미국 정치·경제의 중심지 미 동부가 허리케인 '아이린(Irene)'의 타격으로 마비됐다. 해안의 원자력발전소가 안전을 우려로 잠정 폐쇄됐고, 워싱턴 DC와 가까운 버지니아·노스캐롤라이나주(州)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약 300만 가구의 전력 공급이 끊겼다. 버지니아주에선 강풍으로 쓰러진 나무가 아파트 지붕을 덮쳐 11세 소년이 목숨을 잃는 등 28일 오전(현지시각)까지 최소 1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뉴욕시는 27일 오후 월가(街)가 있는 맨해튼 남부를 비롯한 저지대 거주자 약 37만명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반경 400㎞…심각한 홍수 위험"
매사추세츠주 마서스 비니어드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예정보다 하루 이른 26일 휴가를 중단하고 워싱턴으로 돌아와 버지니아·뉴햄프셔·뉴저지 등 동부 6개 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리언 파네타 미 국방장관은 병력 6500명이 구호작업 투입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 ▲ 물에 잠긴 맨해튼 소호 지역… 미국 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아이린’이 몰고 온 폭우로 28일 뉴욕 맨해튼 소호 지역의 그랜드스트리트와 웨스트브로드웨이가 물에 잠겼다. 뉴욕시는 이날 저지대 주민 37만명을 대상으로 사상 첫 대피명령을 내렸다. /AP 뉴시스
27일 오후 7시쯤 노스캐롤라이나주 동부 해안에 도착한 아이린은 버지니아·뉴저지를 차례로 지나며 많은 비를 뿌린 후 뉴욕을 지나며 북상 중이다. 미 국토안보부는 28일 오전 아이린의 등급을 허리케인보다 약한 '열대 폭풍'으로 강등했고 28일 오전 현재 풍속은 약 104㎞로 26일 180㎞에 비해 크게 줄었다. CNN은 "시간이 지나며 아이린의 위력이 약해지고는 있지만 반경이 400㎞가 넘는 거대한 허리케인이 동반하는 강한 바람과 많은 강수량의 영향으로 해수면이 높아질 경우 심각한 홍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 ▲ 미 항공우주국(NASA)이 27일 공개한 허리케인 ‘아이린’의 모습. 미 동부를 강타한 아이린은 28일 오전까지 최소 1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AFP 연합뉴스
◆뉴욕, 사상 첫 대피 명령
지난겨울 눈폭풍에 대한 늑장 조처로 많은 비난을 받았던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수차례 연설을 통해 시민들에 대비책을 전달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뉴욕시로 진입하는 3개 공항(존 F 케네디·라가디아·뉴어크)은 허리케인이 미 남부에 도착한 26일 오후부터 대부분의 착륙을 취소했고, 28일 정오쯤부턴 이륙도 금지키로 했다. 토요일 정오엔 지하철 운행이 전격 중단되고 기차역·고속버스 정류장도 폐쇄됐다. 뉴욕으로 오가는 대중교통 수단이 사실상 단절되면서 뉴욕은 거리가 텅 빈 정적의 도시로 변했다. 한국 뮤지컬 '영웅' 등 브로드웨이의 뮤지컬들도 이날 공연을 취소하고 극장을 폐쇄했다.
뉴욕시는 또 강과 인접한 맨해튼 서부와 월가 등 저지대 주민 37만명을 대상으로 사상 첫 대피명령을 내렸다. 블룸버그 시장은 "대피하지 않는다고 벌금을 부과하거나 체포하지는 않겠지만,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허리케인 아이린은 27일 오후부터 강한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한때 이스트강이 범람해 맨해튼 남부가 침수되고 롱아일랜드 약 1만6590가구 등 뉴욕시 약 10만 가구의 전기 공급이 끊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