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많은 변비 환자가 모두 같은 증상으로 고생하는 것은 아니다. 변비에도 종류가 있기 때문이다. 변비는 우선 크게 기질성 변비와 기능성 변비로 나뉜다. 기질성 변비는 대장암이나 게실염 등의 염증, 허혈성 대장염 등 대장이 구조적으로 막혀서 생기는 변비를 말한다. 이런 경우에는 근본 원인이 되는 질환을 치료해야 한다.
이완성 변비는 대장의 운동력이 떨어져서 생긴다. 대장운동이 약해지면서 변을 밖으로 밀어내지 못하고 장 속에 담고 있게 되는 것. 변을 보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고, 변을 보지 않아도 그다지 고통스럽지 않으며, 변을 한 번 볼 때 많은 양이 나온다. 이완성 변비로 진단되면 운동력이 떨어진 대장을 자극하여 장의 운동을 촉진시키는 약물 치료를 주로 하게 된다. 규칙적인 산책 등의 운동과 섬유소가 풍부한 음식을 먹는 식이요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경련성 변비는 말 그대로 대장이 경련을 일으켜 생기는 변비다. 스트레스 등으로 장운동 자율신경이 비정상적으로 긴장함으로써 장경련이 일어나 변이 장의 일부분을 통과하지 못해 발생한다. 변을 보고싶어도 배에 가스만 찰 뿐 쉽게 변이 나오지 않는다. 경련성 변비는 스트레스로 생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스트레스 관리가 필수적이다. 또한 평소 장에 무리를 주는 술이나 콜라, 인스턴트 음식 등은 삼가야 하며 자극이 적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의 섭취가 권유된다.
직장형 변비는 변이 잘 내려오다가 갑자기 직장에 걸려 더 이상 내려오지 않는 것을 말한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배변 시 항문괄약근이 이완되어 대변이 나오는데, 직장형 변비의 경우 괄약근의 이완이 잘 되지 않거나 오히려 더 긴장되면서 변이 나오지 않게 된다. 변의를 습관적으로 억제해 감각기능을 상실하는 등, 나쁜 배변습관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대개 수술을 통해 괄약근의 일부를 절개하거나, 항문을 열 수 있도록 바이오피드백이라는 항문이완요법이 사용된다.
변비가 원인이 되어 생기는 합병증도 주의해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질환은 치질이다. 변비 때문에 변이 딱딱해지면 배변시 강하게 힘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항문이 쉽게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변을 보다가 항문점막이 찢어지는 치열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경우 심한 통증 때문에 배변을 참는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에 변비를 악화시킬 수 있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장폐색이 일어날 수도 있다. 대변이 장관 내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으면 수분이 계속 흡수되어 점점 단단해지고 이어서 장관을 틀어막은 것 같은 상태가 될 수 있는데, 이런 경우 극심한 복통, 구토를 동반하며 쇼크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또한 만성적으로 변비를 앓는 사람들의 경우, 대장암이 발생하여 암조직 등이 장을 막아 변이 잘 안나오는 것인데도 변비가 심해졌거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치료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 따라서 변비가 있다면, 병원을 찾아 자신이 어떤 변비인지 알고, 꼭 그에 맞는 치료를 하도록 한다.